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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으로 보이지만 산은 아니죠…이미지의 조합일 뿐”…안두진 개인전
이화익갤러리 ‘그런그림 planning & selfing’展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세상의 모든 사물은 원자, 분자 처럼 아주 작은 기본 단위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미술에도 이것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했죠”

이미지의 기본단위로 미술의 근원을 찾는 작가 안두진이 3년만에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신작 150호 이상의 3점과 100호 이하작품 10여점이 선보인다. 될성부른 중견 신인작가를 ‘매의 눈’으로 찾아 지원하는 이화익갤러리를 통해서다. 
안두진, 분리되는 돌, 181.8x227.3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6.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안 작가는 세필 화가다. 100호가 넘는 작품도 1호 세필로 작업한다. 작가 말대로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할 수 밖에 없는 노동집약적 작업 스타일”이다. 색상을 혼합하는 게 아니라 점을 찍다시피 병치해 입체감을 준다. 하얀 캔버스엔 형광 분홍을 칠하고 그 위에 잘고 잘은 붓 터치로 풍경을 완성시킨다. 대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몇 겹의 색을 덧 씌워 이미지를 조형하듯 만들어 낸다.

그가 천착하는 이미지의 기본단위란 물론 ‘가상의 정의’다. 사물이 원자 등 아주 작은 기본단위로 이루어져 있듯이 이미지도 그러한 원형의 형태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이론이다. 이미지(Image)의 이마(Ima-)와 물질 최소단위인 쿼크(Quark)의 합성어인 ‘이마쿼크’가 탄생한 순간이다.

안두진이 그린 풍경은 이 ‘이마쿼크’의 조합이다. 산, 강, 물, 들, 바위, 구름, 운석으로 보이는 것들은 그 실제하는 대상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이마쿼크가 모여 이뤄진 덩어리 이미지일 뿐이다. 작가는 “그럼에도 인간은 이것을 풍경이라고 인식하고, 삼각형 모양의 이미지를 ‘산’이라고 인식한다”며 “회화에서 나타나는 화면 재현에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안두진, 거기, 70x7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6.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그의 독특한 작업 스타일에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상당하다. 작가는 “회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고시를 하는 것 같았다”며 “시험을 앞두고 날마다 학습량이 정해져 있는 것 처럼, 개인전을 앞두고 작업량이 정해져 있고 조금이라도 게을리하면 바로 표가 난다”고 말했다. 그나마도 지난 몇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작업의 숙달로 완성 속도가 빨라졌다는게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구름을 그린다고 하면 바탕은 A색, 양감을 표현하기 위해선 B색, C색, 하이라이트는 D, E를 쓰는데 순서는 ABCDE로 작업한다는 식으로 구체적 작업노트가 있다”고 말했다. 거의 편집증에 가까운 작업 방식이다. 우 작가는 “이제 이마쿼크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고, 세부 룰을 적용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쿼크 회화작업이 완성된 다음 스텝은 어떨까. 그는 회화에 이야기를 입히는 것과 조형물 제작을 꼽았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관람료는 무료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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