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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 카페] 세계적 석학 ‘입’을 통해 ‘중국의 고민’을 읽다
中 최대 경제지 ‘차이징’주필 마궈촨
세계 석학과 인터뷰 내용 묶은 대담집

美·中관계부터 시장에서의 정부 역할
교육개혁·노동시장 개방 필요성 등
중국 현상황에 관한 객관적인 진단서



1907년 1월1일 영국 외교부 고위급 직원 에어 크로는 의회에 한 전략보고서를 제출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유럽의 정세를 분석한 이 보고서에서 크로는 유럽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충돌은 각국 관계의 고유한 결과이며 서로를 불신하기에 각국은 최악의 경우를 가설로 준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결과, 위기 가운데 아무도 양보하려 들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외교 공간이 질식되면서 불가피하게 충돌을 불러올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 관계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미 국제문제전문가 헨리 키신저는 미중관계도 같은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 최대 경제지 차이징(財經)지의 주필 마궈촨은 지난 2014년 8월 덩샤오핑 탄생 110주년을 맞아 키신저와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키신저는 이 인터뷰에서, 미중 양국의 충돌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미중관계의 새로운 슬로건으로 ‘공동진화’를 강조했다.

공동진화란 “양국이 자국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면서 가능한 영역에서 협력하고 관계를 조정해나가고 충돌을 줄여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일방도 상대방의 목표에 전적으로 찬성할 수 없고, 이익의 완전한 일치도 기대하지 않지만 양측은 상호 보완해줄 이익을 찾고 발전시키려 노력하는 것이다.

마궈촨이 세계 석학들과의 대담, 인터뷰를 모은 ‘중국을 보다’(세종서적)는 날카롭게 맞서 충돌위기까지 우려되는 미중관계는 물론 시장에서의 정부의 역할, 중국개혁, 정치전환, 부정부패, 사회적 불평등 등 중국이 마주한 현안들을 전방위적으로 짚어냈다.

1989년 7월1일 당시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자 대통령 특사로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했던 브렌트 스코크로프트는 미중관계 개선에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스코크로프트는 두 나라는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글로벌 목표와 이익이 있기에 자기 나라와 민족의 이익만 따져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편다. 양국간에 존재하는 ‘신뢰의 빨간불’을 제거하고 상호 신뢰를 촉진하려면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신뢰회복이야말로 위기가 재출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담집에서는 고속성장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급진적 개혁으로 동유럽 지역에서 가장 먼저 경제성장을 현실화한 폴란드 부총리겸 재무장관인 발체로비치는 마궈촨과의 대담에서 ‘중국의 기적’을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의 네 마리 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면서 중국의 고속성장이 사회주의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중국정부가 기업을 구제했기 때문이 아니라 시장이 작동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중국은 본래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며, “그렇지 못한 것은 정부가 여전히 국유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택해 시장이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의 성공을 ‘중국 모델’로 보는 시각, 즉 서양의 제도와 가치관, 리더 위치에 맞서는 대체적 발전 모델로 보려는 시각에 대해, 중국 최고의 국제문제 전문가인 왕지쓰 베이징대 국제관계대학원장 역시 “중국은 하나의 모델로 부를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힘겹게 모색하는 중이고 아직 완전히 성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내 심각한 부패현상, 종족 충돌과 집단적 사건은 한층 투명한 국가 투명도가 필요하다는 반증이라는 것.

그는 동시에 “법치주의, 민주주의, 인권에 대한 약속을 더욱 확고부동하게 이행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시계량경제학의 창시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은 중국의 교육개혁과 노동시장 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교육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민간부문의 교육 투자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 마궈촨이 대학 졸업생이 농민공보다 못한 곳이 있다며, 차라리 투자를 줄이는게 낫다는 일각의 주장을 전하자 헤크먼은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는 수익이 몹시 크기때문에 단기간 부침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되고 장기적 계획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동시장 개방도 소득의 불평등을 단기간에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해서 기회를 찾게 되면 경제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게 헤크먼의 주장이다.

책에는 이 밖에 중국의 지속성장 가능성, 시장경제의 시행 이후 중국의 가장 큰 과제인 정치 민주화와 관련한 냉철한 석학들의 분석도 들어있다. 대담을 진행한 마궈촨의 질문 속에 들어있는 중국의 과제와 고민, 석학들의 ‘제3의 눈’을 통해 중국의 다층적 모습과 변화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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