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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김영란법에 공연티켓 거품이 빠진다?
논란은 한 공연기획사의 선제적 조치에서 시작됐다. 오는 12월 4일과 5일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내한공연의 2층과 3층 좌석을 전부 C석으로 통일하고 2만5000원에 티켓을 오픈한 것이다. 15만원짜리 티켓이 한순간에 2만 5000원으로 다운되자, 이른바 ‘김영란 티켓’이라며 거품이 빠졌다며, 화제가 됐다.

하지만 공연계에선 이번 티켓 가격 하락을 오히려 ‘비정상적’ 조치로 보고 있다. 공연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거품’이란게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공연 종류와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가 내한하는 경우, 이틀 공연에 5억~1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10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가정하면, 티켓만으로 비용을 충당할 경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500석 기준 평균단가가 20만원이다. 좌석의 구분없이 모두 20만원에 팔아야 겨우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말이다. 결국, 후원사가 없다면 공연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힘든 구조다.

통상 후원사는 후원금액의 약 30%를 초청권 형태의 티켓으로 돌려받는다. 대부분 고객이나 거래처 선물용으로 티켓을 활용하다보니 이것이 김영란법 저촉의 여지가 있다. 2층과 3층의 R석 가격을 2만5000원으로 인하한 이 공연기획사의 선택은 티켓판매 수익을 일정부분 포기하고, 후원사에 베팅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가격을 인하한 예전의 R석은 일반 관람객이 구매하기도 쉽지 않다. 블록지정으로 이미 판매가 마감됐다. 김영란법으로 인한 기이한 가격인하인 셈이다.

가격인하가 어려운 이유는 이 외에도 많다. 티켓 최고가가 뮤지컬 14만원, 무용 8만원 등으로 가격 저항선이 있어 그것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티켓가격은 15년 넘게 동결상태로, 현재는 전석매진이라고 해도 절반이상 손해보는 구조다. 가격을 내린다고 관객층이 넓어지지 않는 건 경험칙이다.

공연수지를 맞추려면 관객저변층이 넓어 공연횟수를 늘리면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다른 방법은 티켓값을 잔뜩 올리는건데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공연기획사들은 기업의 후원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공연계는 김영란법으로 기업의 후원이 줄거나 기업단체 티켓이 줄 것을 걱정하고 있다. 기존 후원사들이 예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재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장 공연계 최대 시즌인 연말이 문제다. 내년은 더 걱정이다. 티켓값을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공연계는 울상이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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