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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88만원 세대’ 그후 10년…우석훈의 대안은?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내 자식을 위해서 내가 더 부자가 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 모두의 자식을 위해 그들의 경제적 형편이 나아져야 하는가? ”

10년전, “20대 중 상위 5% 정도만이 5급 사무원 이상의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평균 임금 88만원 정도를 받는 비정규직 삶을 살게 될 것”이라며, 20대의 삶을 ‘88만원’으로 규정했던 경제학자 우석훈의 발언이 일으킨 파장은 컸다. 우리 사회의 이 우울한 초상화는 그 이후 좀 펴졌을까. 현실은 절망적이다. 20대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삶을 견뎌내고 있다. 결혼, 연애 포기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실이다. 이는 고스란히 50대의 부모세대에게 전가되고 있다. 50대 부모와 20대 자녀가 식탁에서 얼굴을 붉혀야 하는 상황이다. 저자는 그동안 경제정책들이 자식과 부모세대를 치킨게임에 몰아넣었다고 진단한다.



우석훈은 ‘88만원 세대’, 그 후 10년의 자리에서 다시 청년경제로 돌아왔다. ‘살아있는 것의 경제학’(새로운현재)은 한국경제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저자의 진단과 고심어린 제언을 담았다. 지난 10년간 너무 늙어버린, 혹은 늙어가고 있거나 늙어갈 경제에 대해 저자는 이 책에서 함께 고민해보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우선 지난 10년간 경제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따져나간다. 4대강과 자원외교로 특징지워지는 MB정부를 청년들에게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가 제도화된 시기로 평가한다. ‘경제살리기’‘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청년들을 일회용 포장지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저자가 MB정부의 치명적인 정책 과오로 짚은 것은 일자리 나누기란 이름으로 단행한 대졸초임 삭감이다.

저자는 “MB가 했던 대졸초임 삭감은 마치 네이팜과 고엽제를 동시에 미래에 투척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MB 시절에 취해진 여러 조치 중 청년들의 삶에 가장 전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조치”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파견직과 청년고용의 관계를 통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과 질책도 이어진다. 저자는 이렇게 지나온 지난 10년의 경제를 늙어 지탱하기도 힘든 ‘죽은 것들의 경제학’이라 부른다.

그의 대안은 여기서 출발한다. ‘살아있는 것의 경제학’이다.

다양성과 복원성을 상실한, 단지 몇개의 수목만 지나치게 웃자라는 바람에 숲 안으로는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답답한 숲과 같은 한국경제를 어떻게 회복시키느냐다.

저자는 그 묘안을 경제학용어인 ‘이중배당’으로 풀어낸다. 즉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업에 투자하려다보니 청년고용이 늘어난다든지, 혹은 청년 경제에 투자하다 보니 미래 산업에 도움이 되는 경우이다.

청년경제를 위해 필요한 요소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변화들이 겹치는 영역으로 그가 찾아낸 분야는 에너지, 농업, 문화 등이다. 이들 분야야말로 우리 모두, 특히 청년들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라는게 그의 판단이다.

이런 흐름에서 그가 중요하게 짚어낸 것은 ‘지식’이다. 조선업의 비극은 바로 남한테서 가져온 ‘식민지식’의 결과이기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각 분야에서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따라서 “20대 청년들의 지식이 늘어날 수 있는 형태로 우리가 경제를 운용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월급 200만원 이하의 일자리에 기초연구나 문화활동과 관련된 비정규직 청년들이 몰려 있는 것은 암울하다. 최저 임금이 최저수준은 되도록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럴 경우, 소비수준이 높아져 내수 기반이 강화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지식 총합을 분산형의 건강한 구조로 만들 수 있다. 최저임금제는 지식을 포함한 많은 사회적 함수들이 긍정적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가장 큰 주제는 ‘세대 간 연대’이다. 한국경제가 세대간 갈등과 분열만 초래하는 구조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놓치고 있는 ‘지속가능한 경제’, 즉 ‘공동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꼼꼼하게 짚었다. 경제현안을 피부와 와닿게 풀어내는 특유의 글쓰기는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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