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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대 할머니도 “남편과 못살겠다”…이혼 10건 중 3건은 황혼이혼
-신혼이혼 크게 앞질러…이혼 연령대도 고령화 가속

-이혼사유 1위는 ‘성격차이’, 이혼부부 절반은 ‘무자녀’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 80대 김모 할머니는 최근 남편과 이혼을 결심했다. 국가유공자인 남편은 매월 나오는 300여만원의 연금 가운데 50만원을 김 할머니에게 생활비로 주고 있지만 그의 의처증이 심해지면서 할머니 지출내역을 일일이 검사하고 수시로 소지품을 뒤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평생을 쪼들려 살았던 김 할머니는 얼마전 남편에게 손찌검까지 당한 뒤 “이제라도 이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 70대 이모 할아버지는 과거 동생 빚보증을 잘못 서서 큰 돈을 날렸다. 그 이후로 아내는 모든 재산을 자신의 명의로 돌리고 남편을 없는 사람 취급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자신에게 말도 하지 않고 몇개월씩 여행을 떠나는 일이 잦아졌고 대화도 단절됐다. 이 할아버지는 법률상담센터 직원에게 “이혼을 바란 건 아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얼마라도 내 몫의 재산을 찾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최근 한국가정법률사무소(소장 곽배희)에 접수된 안타까운 사연들이다.

지난해 이혼한 부부 10쌍 가운데 3쌍이 ‘황혼이혼(동거기간 20년이 지나고 이혼하는 것)’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고령화로 인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인구까지 이혼을 고민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독거노인 등 사회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8일 법원행정처가 최근 발간한 ‘2016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한 부부 10만8397쌍 중 황혼이혼은 3만2626쌍으로 전체 이혼에서 29.9%를 차지했다.

동거기간별 이혼 건수를 비교해 보면 신혼이혼으로 볼 수 있는 ‘0~4년’은 2만4666쌍(22.6%)으로 2위를 기록했고, ‘5~9년’ 2만796쌍(19.1%), ‘15~19년’ 1만6205쌍(14.8%), ‘10~14년’ 1만4860쌍(13.6%)으로 뒤를 이었다. 황혼이혼 비율은 지난 2012년 처음으로 신혼이혼을 앞지른 이후 계속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빠른 고령화로 이혼하는 부부의 연령대가 매년 높아지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가정법률사무소가 발표한 상담통계에 따르면 이혼 사유로 직접 센터에 와서 면접 상담을 받은 60대 이상의 노인들은 2004년 250명에서 2014년 1125명으로 4.5배 가까이 급증했다. 통계청은 전체 노인에서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7.8%에서 2035년에는 23.2%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정불화가 있어도 ‘참고 살자’는 생각이 강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더 중요시되면서 이혼 상담을 하는 연령대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혼하는 부부 가운데 자녀가 없는 ‘무자녀부부’인 경우는 5만5600쌍(51.3%)으로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한 자녀’인 경우는 2만7798쌍(25.6%), ‘두 자녀’ 2만1232쌍(19.6%), ‘세 자녀 이상’은 3767쌍(3.5%) 순을 기록했다.

이혼사유를 보면 ‘성격차이’가 46.2%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이어 ‘경제문제’(11.1%), ‘가족불화’(7.3%), ‘배우자부정’(7.3%) 등이 뒤를 이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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