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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150㎞ 어둠속 질주…지하철사고, 내 일같아 죄책감”
사고땐 엄청난 스트레스 시달려

현장목격 동료들 평생 트라우마

소음·먼지 상시노출…건강도 위협

비상통화장치, 비상상황때만 써야

무리한 승하차도 대형사고 불러

서울시민의 ‘안전한 발’ 구슬땀


5월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공 사망사고나 지난 20일 6호선 망원역 승객 손가락 절단 사고 등 소식을 접하면 남 일 같지 않습니다. 나도 언제 그런 사고를 겪을지 몰라 더 긴장되죠. 사고가 우리 기관사 눈에 안보이는 곳에서 일어나도 죄책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서울 지하철 3호선을 운전하는 23년차 베테랑 이상호 기관사는 하루 150km 어둠을 달려야 한다. 21일 경기 고양시의 서울메트로 지축차량사업소에 만난 그는 지하철에서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했다. 다행히 이 기관사에게는 큰 사고 경험이 없지만 자살이나 사망사고 등을 목격한 동료들은 평생 트라우마에 달고 살아야만 한다고 했다. “그런 일을 겪으면 기관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부서로 간 경우가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력 23년차 베테랑인 이상호 기관사는 매일 약 150km를 달리며 시민 이동을 책임진다. 그는 어떤 상황이건 안전이 우선이라며 강조했다.

서울 지하철 3호선은 대부분 지하터널로, 어둠 속을 달려야 한다. 출퇴근 시간대 최대 4000명 승객 안전에 신경쓰면서 비슷한 장면이 계속되는 어둠을 이겨내야 하는 일은 금새 지칠 수밖에 없는 노동이다. 지하철을 운전하는 기관사들은 날씨도 모르고 운행만 할 때가 많다. 승객이 우산을 들고 있으면 그제서야 ‘밖에 비가 오는구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터널을 지나다보면 갑갑하기도 하고 가끔은 ‘아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싶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는 기관사 승무 분야는 스트레스 고 위험군 직종으로 분류돼 있다. 승무원은 일반인에 비해 유병률이 15배에 이르며 지하철 승무원의 공황장애는 일반인에 비해 7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항상 소음과 먼지가 가득한 곳에서 근무하다보니 많은 기관사들이 난청과 기관지염을 앓는다.

이 기관사는 가슴 아픈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들이 초등학교 때 아빠를 그려오라는 숙제를 받아왔다는데 아들은 내가 쇼파에 누워 자는 모습을 그려서 냈다”고 했다. 이어 “운행 할때마다 사고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해서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긴장이 풀리는 집에서는 아무 일도 못하고 쉬거나 그냥 자는 일이 많아 어쩔 수 없다”고 푸념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기관사의 교번(근무시간)은 일정치 않다. 이 기관사는 “기관사들이 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인데 교번은 모두 58개다. 따라서 58개의 다른 시간대로 출근한다고 보면 된다”며 “근무시간이 들쭉날쭉 하다보니 끼니를 제때 챙겨먹지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2인 승무제로 운영하는 1~4호선은 기관사와 차장의 협업이 가능하다. 이따금 운전하면서 서로의 상황도 체크하면서 졸음도 방지할 수 있다.

이날 이 기관사와 ‘짝’이 된 경력 5년차 정현규 차장은 출입문 개폐, 스크린도어 확인, 안내 방송 등을 담당한다.

대부분 어둡고 갑갑한 터널로 이뤄져 있는 지하철 3호선 구간 환경에 일부 기관사들은 우울증ㆍ공황장애 등의 직업병을 호소하기도 한다.

정 차장은 “승객들의 쏟아지는 민원이 큰 스트레스”라고 했다. 특히 비상시에만 이용하도록 돼 있는 객실 내 비상통화장치를 이용해 일상적 항의를 하는 승객들이 적지 않다.

정 차장은 “비상통화장치는 사람이 쓰러지는 등 비상상황에서 사용해야하지만 일부 승객들은 ‘춥다, 덥다’, ‘옆 사람이 시끄럽다’는 등의 일상적인 민원을 넣는다”며 “비상통화장치로 전화가 걸려오면 ‘비상상황입니다’라는 문구가 뜨게 되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맥이 풀린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관사와 정현규 차장은 마지막으로 무리한 승하차의 위험성을 알렸다. 이들은 “서울메트로측도 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하철 간격은 몇 분이면 되는데 먼저 타려다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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