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봄에 움튼 생명은 여름 내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가을을 지나며 겨울의 긴 잠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눈을 부시게 하는 가을의 단풍이 낙엽이 됐을 때, 낙엽으로 뒤덮힌 색바랜 거리는 ‘새 것’의 감성보다는 ‘옛 것’의 감성이 묻어난다. 그래서 혹자는 가을을 ‘빈티지’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빈티지는 ‘과거’를 담고 있다. 오래된 것은 낡고 허름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오늘날의 빈티지는 현대의 세련미와 만나면서 패션, 인테리어의 한 장르로 자리잡았다. 빈티지 패션은 결코 누가 입다 버렸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빈티지 인테리어는 요즘 ‘핫하다’는 카페나 매장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양식이다. 과거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들 중에서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이 많다는 점도 놓칠 수 없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의식주도 바뀐다. 짧았던 소매가 길어지고, 이불을 바꾸는 일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당연하게 거치게 되는 일상들이다. 가을의 중심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 가을의 감성을 잘 담아낸 빈티지 스타일은 이 계절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일테다. 오래된 것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과거와 현재의 접점을 찾는 일은 꽤 흥미로운 작업이다.
혹자는 오랜 것을꾸준히 이어가는 방식으로, 또다른 이들은 지구를 생각하는 리사이클링의 한 방법으로 ‘빈티지’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바야흐로 빈티지의 계절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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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123RF] |
과거의 재발견
빈티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패션이다. 흔히 패션에서 빈티지는 적게는 20년, 많게는 100년의 과거 속에서 당 시대의 ‘트렌드’를 대표할만한 의류, 아이템들을 통칭한다. 이들 빈티지는 누군가의 손을 거친 중고일수도, 혹은 과거의 것을 그대로 만들어낸 새 것일 수도 있다.
빈티지 패션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핵심은 ‘트렌드는 돌아온다’다. 과거에 유행했던 스타일이 오늘날 새삼스럽게 다시 유행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때는 백화점 매장을 찾는 것보다는 빈티지 샵을 돌아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트렌드의 ‘오리지날’ 버전을 입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남들과는 다른, 오로지 나를 위한 아이템이라는 점 역시 빈티지의 매력 중 하나다.
빈티지 숍에서 ‘득템’하게 되는 아이템은 대개 중고다. 새 것이 아니지만 아이템을 착용했을 때 남들 눈에 낡은 옷으로 보이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빈티지 옷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지금보다 더 좋은 재질과 기술로 만들어진 옷들이 존재했음을 뜻한다. 한철 입다가 버리는 패스트 패션에 익숙해 지고 있는 이들에게 빈티지는 좋은 것의 재발견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굳이 빈티지 제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좋은 옷을 구입해 트렌드와 세월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빈티지가 갖고 있는 의미와 맥을 같이 한다.
빈티지는 자원을 아끼기 위한 재활용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빈티지 아이템들은 이미 한 번 사용됐던 것들이 많고 그것을 다시 입는다는 것은 곧 옷을 재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빈티지를 구입하거나 활용하게 되면 옷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 셈이 되기도 한다. 옷을 폐기처분 할 때 발생하는 각종 환경오염도 빈티지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다.
촌스럽지 않은 빈티지
시대가 변하면 트렌드도 바뀐다. 과거의 트렌드에 매여있는 이들을 향해 흔히 하는 말이 ‘촌스럽다’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빈티지 아이템은 잘 활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개성있는 스타일을 뽐낼 수 있는 기회지만, 자칫하면 촌스러워보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물론 패션에는 답이 없으므로 선택은 본인에게 달렸다.
같은 아이템이라도 어떻게 입고 꾸미냐에 따라 세련되게 표현이 가능하다. 현재의 트렌드를 적절하게 응용해서 빈티지 아이템과 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60~70년대 빈티지 원피스를 입었다면 메이크업 역시 그 시대를 따라가기 보다는 원피스에 어울리는 지금의 메이크업과 매치하는 것이 좋다. 빈티지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원한다면 클래식한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오늘날의 스타일링을 검색해 시도하는 것을 추천한다.
메이크업, 머리스타일과 마찬가지로 액세서리도 빈티지 스타일링의 느낌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 빈티지 옷과 현재 유행하는 신발을 함께 착용한다든가, 혹은 가방, 선글라스 등으로도 한층 세련된 빈티지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
빈티지 패션을 응용하는 또다른 방법은 다양한 시대의 아이템을 함께 매치하는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빈티지로 꾸미고 싶다면 다양한 재질의 섬유와 실루엣을 믹스 매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서로 다른 패턴, 서로 다른 핏의 옷들을 함께 활용한다면 빈티지 스타일링에 재미를 더할 수 있을 뿐더러 한층 더 개성있는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