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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소신과 책임의식으로 탄생한 ‘서경배 과학재단’
경영을 잘해 성공한 기업인이 되는 건 어렵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포기하거나 외면해야할 것도 많고, 때론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경영행위도 감행해야 한다. 따라서 성공한 기업인이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서경배 아모레 퍼시픽 회장의 결단은 그래서 더욱 놀랍다. 서 회장은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서경배 과학재단’을 설립했다. 순수 생명과학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를 지원하기 위해 재단을 세웠으며, 향후 출연금을 1조원까지 늘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매년 공개 모집으로 3~5명을 선발해 5년 기준 최대 2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며, 우수한 연구자에 대해서는 장기지원도 해준다. 창의적인 연구과제를 갖고도 연구비때문에 포기해야했던 과학자들로서는 다시 없을 기회다.

기업인들이 사회환원 목적으로 재단을 설립하는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던 순수 생명과학 분야를 지원하는 재단은 흔치않다. 대학과 국가가 지원에 앞장서야할 학문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재단의 등장은 가뭄에 단비처럼 반갑다. 서 회장이 9조원이 넘는 국내 두번째 주식부호라고는 하지만 수천억원의 사재를 내놓는다는 것은 대단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말처럼 ‘과학을 포기하면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서 회장의 과학재단 설립은 부친 고 서성환 회장 시절부터 그 씨앗을 품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재단, 아모레퍼시픽 복지재단 등을 설립한 서 회장의 부친은 ‘과학과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껴선 안되며, 회사 이윤도 좋지만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다. 실제로 아모레 퍼시픽이 위기에 처했던 90년대초 오히려 연구소를 세우며 새로운 제품 개발에 전력투구함으로써 히트제품을 만들어내고 기사회생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있다.

서경배 과학재단 설립은 과학계에 기쁜 소식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져준다. 기업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진화하고 발전하며 다양해진다. 변하지 않는 건 진정성이다. 서경배 회장은 “20년간 회사가 급성장한 것이 많은 사람의 도움 덕분이고, 재단 설립을 통해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남들과다를 바없는 표현이지만 더욱 진심이 느껴진다. 이를 계기로 제2, 제3의 재단이 계속 등장하길 기대한다. 그럼 우리 사회는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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