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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역 사건 100일①] 끝나지 않은 혐오…사회 곳곳으로 ‘일파만파’
-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촉발된 여성 혐오 문제… ‘여자라서 죽었다’의 연장선상

- 정치권ㆍ언론 등 사회 곳곳에서 여성 혐오 문제 논란 여전히 진행형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24일은 지난 5월 17일 새벽, 강남역 인근 상가화장실에서 한 20대 여성이 살해당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당시 가해자의 범행 동기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그 중 하나의 동기로 ‘여혐(여성 혐오)’ 문제가 대두됐다. 가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했다”고 진술하면서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20대 여성을 향한 추모 열기가 시작됐었다. ‘살女(려)주세요, 살아男(남)았다’, ‘여자라서 죽었다’ 등 쉽게 잠재적 범행 대상으로 지목되는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들의 불안감이 표출되기도 했다. 경찰이 ‘정신질환에 의한 묻지마 범죄’에 부합한다는 프로파일러의 심리면담 결과를 발표해 혐오 범죄 논란을 차단하려고 했지만 여혐 논쟁은 계속 격화됐다.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인해 여혐 문제는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논란은 사회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여성 혐오 논란은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와 ‘워마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두 커뮤니티는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들’에 대한 반응으로서 여혐 언행을 거꾸로 남녀를 바꾼 이른바 '미러링' 게시물이 주로 올라온다. 
문제는 이 미러링이 여혐 글의 부정적인 측면까지 베낀다는 점이다. 남성들은 이들의 '미러링'이 일베 등 일부 남성의 잘못된 언행을 전체 남성의 특성으로 확대해 갈등을 키운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메갈리아나 워마드 측은 잘못된 성인식이 남성 중심의 사회 문화 전반에 뿌리깊게 내재돼 있고 '미러링'은 이 모순을 자각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워마드’의 일부 회원들이 안중근ㆍ윤봉길 의사를 조롱하는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됐다. 해당 게시물은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안중근 미친X이다”, “독립나치들이 독립 망치는 주범이다”라는 문구로 폄하했다. 이에 ‘워마드’에 대한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되기도 했다. 이처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혐오 문제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는 피해여성을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되며 이례적인 추모 열기가 시작됐었다. [출처=헤럴드DB]

정치권도 여성 혐오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는 지난 7월, 남성혐오 커뮤니티로 알려진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인증한 후 넥슨 코리아로부터 계약이 해지된 성우 김자연 씨와 관련해 한 논평을 냈다. 문예위는 논평에서 “개인의 정치적 의견은 그 개인의 직업 활동을 제약하는 근거가 될 수 없으며 그것을 이유로 직업활동에서 배제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 당원들이 탈당하며 반발하다 결국 ‘집단 탈당’이라는 사태를 초래하게 됐다. 최근 정의당 중앙당의 공식 집계 결과, 메갈 당원 사태의 직ㆍ간접적인 영향으로 580명 가량의 당원이 정의당을 탈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정의당을 탈당한 한 당원은 “메갈리아당 논란이 일어났는데도 중앙당 차원에서 토론을 통해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단순히 어물쩍 넘어가려고 해 탈당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정의당 문예위는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인증한 후 넥슨 코리아로부터 계약이 해지된 성우 김자연 씨를 옹호하는 논평을 낸 후 당 차원에서 곤역을 치렀다. 그 결과 580명 가량의 당원이 정의당을 탈당한 것으로 드러났다.[출처=성우 김자연 씨 트위터]

언론계도 여성 혐오 문제로 뜨겁다. 주간지 시사인은 최근 467호에서 ‘분노할 남자들’이란 타이틀로 메갈리아 문제를 커버스토리로 언급했다. 일종의 메갈리아 항목에 대한 남자들의 집단심성을 분석한 글을 비롯해 여성 문제에 관한 기사를 중점적을 실었다. 이에 대해 시사인 구독을 취소하겠다며 ‘절독’을 선언하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독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여성을 편든다고 해서 언제나 순교자가 되고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절독하기 시작했는데 나도 고려해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사인 측은 “이 기사 때문에 절독하겠다는 구독자 의사도 나는 소비자 권리로서 존중한다”며 “하지만 절독하기 전 그동안 보도한 기사들을 한 번쯤은 떠올려주길 바란다. … 팩츠와 심층 분석에 충실한 기사였다”고 ‘편집국장 브리핑’을 코너를 통해 말했다.

이처럼 여성 혐오 문제는 강남역 사건 발생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고 더 확산된 양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주의 단체 활동가는 “강남역 살인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의 한 맥락으로도 볼 수 있다. 여성들 스스로가 여성혐오 범죄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게 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며 “이는 분명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억압 받아왔던 여성 인권 활동에 있어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갈등을 위한 갈등을 조작하기 위해 사건을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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