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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속 지뢰 ‘로드킬’①] 서울 하루 17마리 로드킬…90%는 유기동물
-서울시 3년간 1만9000건 동물사체 처리…무게만 45톤

-야생동물보단 개ㆍ고양이 많아…촘촘한 도심 도로도 원인

-전문가 “상습 발생지역 집중관리…동물통로 확보해야”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 회사원 박모(35) 씨는 퇴근길 서울 동대문구 중랑교를 지나던 최근 자동차 핸들을 놓칠만큼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차말곤 아무것도 없어야 할 도로 위에 갑작스레 동물로 보이는 검은 물체 하나가 튀어나와 중앙선으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겁이 많아 자주 놀란다는 그는 “깜짝 놀라 급하게 핸들을 꺾었고, 그 과정에 손이 미끄러지기도 했다”며 “급정거를 하지 않았다면 큰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다행히 동물을 치진 않았지만 두 다리가 떨려 제대로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서울시 길 위에서 생명을 잃는 동물은 하루 평균 17마리 달했다. 이중 90%는 유기동물로 추정되는 개와 고양이다.

하루 평균 17마리 동물들이 서울의 도심 도로 위에서 자동차에 치여 싸늘하게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도로 위에서 사체로 발견되는 동물 90%는 고양이와 개로, 대개 누군가에게 사랑받던 반려동물에서 한순간 유기동물로 운명이 뒤바뀌어 폭염과 굶주림 끝에 로드킬(road kill)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3년간 1만8688건 동물사체=24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최근 3년간 지역내 도로에서 동물 사체를 처리한 건수는 1만8688건으로 1년 평균 약 6229마리에 달했다. 하루 평균 17.06마리의 동물들이 로드킬을 당한 셈이다. 2013년 5158건이던 동물사체 처리 건수는 2014년 7465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2015년 6065건으로 1400건 줄었다.

동물 사체의 대부분은 고양이ㆍ개였다. 특히 고양이 사체의 경우 3년간 처리 건수가 1만4960건을 차지해 80.0%를 기록했다. 개 사체 처리 건수가 1888건(10.1%), 나머지 야생동물과 조류 등 기타동물 1840건(9.84%)이 뒤를 이었다.

3년간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의 사체 무게는 45톤에 달했다. 고양이는 41.7톤으로 압도적이었으며 개 3.4톤, 기타동물 2.6톤이었다.

전문가들은 도심 로드킬의 원인이 유기동물 문제와 맞물린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고속도로나 국도에서 일어나는 야생동물 로드킬과 서울 도심 속 로드킬은 근본 원인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도심 로드킬은 주인에게 버려져 길고양이나 떠돌이 개가 된 반려동물들이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주인에게 버림받은 반려동물은 8902마리나 된다.

또 로드킬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서울시내 복잡한 도로도 꼽힌다. 특히 서울시는 도로 밀도가 13.62㎞/㎢로, 우리나라 도로 밀도 평균(1.07㎞/㎢)에 13배에 달한다. 서울 도심의 도로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기 때문에 동물이 도로에서 사고를 당할 확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로드킬 희생 80%는 고양이=버려지는 숫자는 개가 많지만, 오토바이나 차에 치어 로드킬을 당한 것은 고양이가 압도적이었다. 지난해 서울시내 유기동물 중 개는 6060마리로 68.0%를 차지해 고양이 2541마리(28.5%)보다 많았지만 로드킬로 희생된 동물은 고양이가 80%로 개(10.1%)보다 8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고양이의 경우 그 습성상 로드킬에 노출된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점을 꼽았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고양이는 밤에 주로 움직이며 작고 털빛도 어두워 눈에 잘 띄지 않기에 운전자가 포착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로드킬을 줄일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조 대표는 “유기동물을 줄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대책과 함께 동물 사체가 자주 발생하는 몇몇 장소를 빅데이터를 활용해 선정, 특별관리하는 대책이 지금으로는 가장 현실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억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동물들은 자신이 가는 길로만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며 “로드킬의 경우 자동차 도로를 비롯한 상습발생지역에 동물 통로를 확보, 이들의 안전한 이동을 보장한다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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