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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산성 하락’ 늪에 빠진 美, 37년만에 최장기 하락…임금ㆍ성장률 하락 이중고 겪을라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미국의 노동생산성이 3분기 연속 하락하며 37년만에 최장기 하락을 기록했다. 원인에 대한 진단은 분분하지만, 이같은 현상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9일(현지시간) 2분기 비농업부문 생산성이 전 분기보다 0.5%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0.4%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던 시장 전문가들의 기대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0.4% 하락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미국의 생산성은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는데, 이는 1979년 이후 37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이 ‘생산성 하락’의 늪에 빠졌다. 9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분기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전분기에 비해 0.5% 하락했다. 미국의 생산성이 3분기 연속 후퇴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메트리스 공장에서 미국 노동자가 메트리스를 조립하는 모습이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

미국의 생산성은 금융위기 전후를 기점으로 큰 변화를 보인다. 2000~2007년에는 연평균 2.6%를 기록했지만, 2007~2015년에는 1.3%에 불과하다.

생산성 하락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조사기관 콘퍼런스 보드에 따르면 유로존의 생산성 증가율은 1999~2006년 1.5%에 달했지만, 2007~2013년 0.6%로 반토막났다. 콘퍼런스 보드는 올해는 유로존과 일본의 생산성 증가율이 각각 0.3%와 0.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지난 몇년간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이 돼 왔던 중국 역시 2007~2013년 7%에 달했던 생산성 증가율이 3.6%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의 생산성은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찍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생산성은 노동자들이 한 시간 동안 일해 만든 상품이나 서비스의 산출량을 의미한다. 같은 시간 일을 해도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미국은 2분기 단위 노동 비용이 2.1% 상승했는데도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고용과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생산성 하락과 노동 비용 상승으로 인한 비용을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전가하려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생산성 하락을 두고 “미국 경제의 핵심적인 불확실성”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생산성 하락의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투자 위축을 거론한다. 기업들은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가 침체하고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를 미루고 있다. 미 상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기업 지출과 비거주 부문 투자가 지난 3분기 동안 줄었고, 방위 분야를 제외한 자본재에 대한 신규 설비와 주문 지출도 지난 1년반 동안 줄어들었다. 이에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만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혁신의 둔화를 지적하는 주장도 있다. 노스웨스턴대의 로버트 고든 교수는 “IT 혁명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됐지만 현재는 그 효과가 쇠퇴하고 있다”며 과거 전기, 내연기관, 상하수도 등의 기술에 비해 혁신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호텔 건설에 미치는 영향이나 차량공유 앱 우버로 인한 신차 수요 감소 등 공유경제가 기존 생산활동에 역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금융위기로 인한 실업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노동 시장에 세대 교체가 일어났는데, 이 때 많은 기업들이 미숙련 임시직을 고용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미숙련 임시직의 증가는 공급 측면에서는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고, 수요 측면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키워 소비 하락을 야기한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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