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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풀겠다는데 살 물건이 없다…英 중앙은행의 또 다른 고민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양적완화에 나선 영란은행(BOE)이 새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한 지 이틀 만에 암초를 만났다. 보험사와 연기금 등 영국 장기 국채를 쥐고 있는 주체들이 채권을 내주지 않으면서 매입 계획 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 돈을 풀어야 하는데 살 물건의 씨가 마른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BOE가 9일(현지시간) 장기 국채 11억7000만 파운드 규모를 사들일 계획이었지만 11억2000만 파운드를 사들이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시장 거래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데도 투자자들은 채권 매입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사진=마크카니 영란은행(BOE) 총재]

이 같은 물량 부족 사태에 시장에서는 BOE가 양적 완화 계획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툴 파텔 헨더슨 글로벌 인베스터 금리부문 대표는 “장기 국채를 매입하려는 첫 시도가 실패하면서 큰 의문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BOE는 지난 4일 발표한 8월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 결과에서 경기 부양 조치로 기준금리를 0.5%에서 0.25%로 인하하고, 현재 국채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한도를 600억 파운드 추가해 4350억 파운드로 확대했다.

이밖에 100억 파운드 규모로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국채 추가분과 회사채 신규분을 합쳐 총 700억 파운드의 자산 매입을 더 하기로 한 것이다.

BOE측은 매입 부족분이 크지 않고, 본래 8월은 거래량이 적다는 점을 들며 향후 매입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BOE가 앞으로도 같은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보험사들과 연기금들이 극심한 자산 부채 미스매칭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시장 금리 지표인 영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올 들어 2% 수준에서 0.56%로 추락했다. 미래의 연금 지급 채무를 이 금리로 할인해 현재 채무를 계산하는 연기금은 상황이 한층 어렵게 됐다.

연금보호펀드(PPF)는 “사상 최저 수준의 국채수익률이 연기금에 압박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PPF에 따르면 6000곳의 영국 민간 연기금 적자는 지난달 4080억 달러에 이르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런 버스틴 로얄런던자산운용 파생상품부문 대표는 “BOE의 매입 규모는 5000파운드 부족했고, 이 마저도 시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 정도였던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양적완화 목표 규모를 달성하기 위해 은행은 연기금이 덜 중요시하는 채권들을 주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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