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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행서
평일, 주말, 야간진료에 강연, 저술까지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낸 정신과 의사 김진세. 그에게 어느 날 슬럼프가 찾아왔다. 극도의 피로감과 무기력감이 짓누르는 번아웃증후군. 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이내 상담조차 힘들어진 지경이 됐다.

이래선 안되겠다는 위기감에서 그는 버킷리스트 정도로 여겨온 산티아고 길 순례를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도피삼아 떠난 여정에서 그는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갖고 맘껏 사색할 수 있길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길에서 든 생각은 밥은 무얼 먹을지, 잠은 어디에서 잘지 등 원초적인 고민이 전부였다. 그렇게 길 위의 시간은 지나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깨달음이 찾아왔다. 먹고 자는 일과 여정에 집중하다보니 방황하던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 것. ‘길은 모두에게 다른 말을 건다’(이봄)는 그가 순례길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 고민, 사색의 기록이다. 

카피라이터 김민철씨는 “발작적으로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하고 집 밖으로 뛰어나가 버스를 타는” 일상에서 “삶은 증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간절함으로 도쿄로 떠난다. 예정에 없던 역에 내려 낡은 골목길을 걸어내고 친구와 장을 보고 아침메뉴를 생각하며 즐거워한다. 관성의 법칙인지 느슨한 시간 속으로 슬그머니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고개를 쳐들지만 그는 외면하기로 한다. 그에게 여행은 바라던 모습과 다른 실패의 연속으로 기억된다. 여행의 설렘과 실망 사이에서 그가 찾아낸 최선의 여행은 속도를 줄이는 것, 자신만의 취향과 시선으로 바라보기다. 그때야 겉돌기만 했던 도시의 이야기가 들리고 묵묵히 이어지고 있는 타인의 일상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성공적인 여행의 팁을 그의 반성문에서 찾을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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