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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년 강제노역 ‘청주 만득이’ 폭행상처 여부 정밀 의료검진
고향 인근에서 19년간 강제 노역에 시달렸던 사실이 최근 밝혀진 지적장애인 고모(47) 씨에 대해 경찰이 20일 정밀 의료검진에 나섰다. 고 씨에게 노역을 시킨 농장주 김모(68) 씨 부부에게 매를 맞았다는 고 씨의 진술에 따라 그의 몸 곳곳에 난 상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다.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 청주청원경찰서는 20일 “피해자의 몸에 난 상처가 가혹 행위에 의한 것인지 가리기 위해 의료기관에서 정밀 검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 씨의 다리에는 김 씨 축사에서 일하던 중 농기계를 다루다가 다쳐 10㎝ 가량 봉합한 수술 자국이 남아있다. 고 씨가 정확한 수술 시기와 의료기관을 인지하지 못해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진료 기록을 의뢰한 상태다. 본인 이름과 나이조차 잊고 지낸 고 씨가 의료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경찰은 다른 사람 명의로 치료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고 씨의 등을 비롯해 몸 곳곳에서 발견된 크고 작은 상처 역시 정밀검진 대상이다. 

지적장애인 고모(47ㆍ왼쪽) 씨가 지난 14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의 고향 집에서 19년 만에 상봉한 어머니 김모(77) 씨와 서로 부둥켜안고 있다. [헤럴드경제DB]

19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고 씨를 만난 한 친척은 고 씨가 하지정맥류 증세가 있다고 주장했다. 행방불명되기 전에는 없었던 증세로, 김 씨 농장에서 일하면서 얻게 된 질환일 것으로 그는 추정했다. 고 씨는 하루 전인 지난 19일 경찰의 피해자 조사를 다시 받았다. 집에 돌아온 뒤 가족과 주민의 보살핌 속에 안정을 되찾은 그는 집에서 이뤄진 3시간가량 조사에서 나흘 전 첫 조사 때와는 달리 비교적 분명하게 자신의 피해 상황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고 씨가 진술한 구체적인 피해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조만간 고 씨를 강제노역시킨 농장주 김 씨 부부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입건할 방침이다.

고 씨는 19년 전인 1997년 충남 천안의 한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김 씨의 농장에 와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작년까지 소 100마리 가량을 기르는 강제노역을 했다. 그는 지난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왔다가 경찰에 발견돼 가족 품에 돌아갔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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