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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경제-현대경제연구원 월례좌담회] “안정적 삶터·자산형성 지원이 ‘출산 의지’ 살려낸다”
출산율 2.1시대를 향한 낯선 경제학
주거정책 어떻게 해야할까
김경환 국토부 제1차관
결혼-출산-육아 생애주기 주거사다리
청년층 부담 줄여주는 주거지원 핵심
이창무 한국주택학회장
주거비 안정측면으로만 접근땐 한계
전세금 어떻게 조달할 지가 ‘실마리’
천현숙 국토연구원 본부장
‘헬조선’ 부정적 미래인식 근본문제
‘젊은층에 관심’ 정책적 메시지 필요



올해부터 2020년까지 제3차 저출산 대책이 시행된다. 우리사회는 지난 2001년 초저출산 사회로 진입했다. 정부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지난 10년간 1ㆍ2차 저출산 대책을 내놨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24명으로 소폭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차 대책은 한 마디로 ‘총력전’이다. 단순히 보육비 부담을 덜어주는 수준에 그치질 않고 결혼 적령기에 다다른 청년들이 결혼을 피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특히 1ㆍ2차 대책에선 강조하지 않았던 주거정책을 비롯해 고용ㆍ교육 측면에서의 대책을 포함한다. 지난달 29일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원장 강인수)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출산율 2.1 시대를 향한 낯선 경제학’의 세 번째 좌담회에서는 주거정책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좌담회엔 주거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김경환 제1차관을 비롯해 이창무 한국주택학회장(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천현숙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이 자리했다. 이들은 저출산 기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주택정책의 역할과 가능성을 점검했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원장 강인수)이 마련한 연중 세미나 ‘출산율 2.1 시대를 향한 낯선 경제학’의 세 번째 좌담회가 지난 달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창무 한국주택학회장(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천현숙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전방위 맞춤형 지원으로 출산율 장려=김경환 차관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주택정책에 대해 “결혼과 육아에 이르는 과정에서 주거비용을 낮추고 신혼부부들이 원하는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비로소 출산 친화적인 주택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연초 업무계획 등을 통해 청년ㆍ신혼부부를 겨냥한 주택공급 정책을 밝힌 상태다. 신혼부부가 행복주택 거주 중 출산하면 더 넓은 면적에 재청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자녀 수에 따라 최대 10년까지 살 수 있도록 했다. 보육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육아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특화형 뉴스테이도 공급할 계획이다. 더불어 예비 신혼부부들도 결혼 3개월 전부터 전세나 구입자금을 대출할 수 있게 했고 신혼부부의 전세자금대출 한도도 인상했다.

김 차관은 “각 생애주기별 주거사다리를 만들어서 부담없이 양육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전세 보증금, 구입자금 대출을 지원하는 것이 출산에 기여하는 주거지원 정책의 골자”라고 설명하면서 “수요자들의 반응을 봐가면서 제도를 다듬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장 급한 건 청년층 선호 전세 지원=결혼 이후 주거문제를 우리사회에 깔린 문화적 특성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화(化)가 빠르게 진행 중이지만 당장 청년층과 신혼부부들은 전셋집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창무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결혼을 하면 부모가 전세주택을 얻어줘야 한다는 사회적인 강박이 있다”며 “결국 월세로 부담하는 신혼부부 주택이 아니라, 전세 보증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당장 국내 저출산 문제의 실마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혼부부의 저출산 문제를 단순히 일반론적인 주거비 안정 측면으로 접근하면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천현숙 본부장은 “과거 연구된 자료를 종합하면 주거비 부담이 높은 가구일수록 자녀수가 적고, 대출비용이 많을수록 출산율이 낮다. 특히 전세로 살고 있는 신혼부부가 월세로 사는 부부에 비해 출산 자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주제발표 뒤 이어진 토론의 주요 내용.

-사회(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택대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경환 차관=각 정부가 강조하는 정책방향이 있고 그 틀 안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저출산 대책으로서의 주거정책은 정부가 바뀐다고 기조가 완전히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정책 효과가 분명하다면 그것을 감싸는 이름이 달라지더라도 줄기가 유지될 수 있다.

결국은 정책적 의지와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이 필요하다. 택지와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큰 관건이다. 택지는 양도 중요하지만 정책 수요자가 선호하는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가령 신혼부부들은 직장에서 가까운 입지를 원한다. 더불어 공공의 자금만으로 임대주택을 확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리츠 등을 도입해 민간자금을 끌여들이는 게 재정부담을 줄이고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

-강 원장=구조적인 저출산이 큰 문제인 것 같다.

▶이창무 교수=한국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출산에 기여를 하는 것 중 하나가 부모와 결혼한 자녀간의 관계다. 가령 결혼한 자녀의 아이를 부모가 돌봐줄 수 있느냐 같은 문제들이다. 그걸 주거적인 측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김 차관=실제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있다. 재건축할 때 ‘세대 분리형 재건축’ 제도가 가능하다. 재건축을 거쳐 늘어나는 세대 면적을 2개로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집주인 리모델링도 마련했는데, 최근 집주인이 1채에 살고 자녀도 1가구를 꾸려 같이 살게끔 하는 제도를 추가했다.

-강 원장=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자 펼치는 주거지원정책의 투입 대비 효과를 가늠할 수 있나.

▶김 차관=출산율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신혼부부 대상 정책을 쓴 것이 오래되지 않아서 그 부분은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출산율 제고를 위해 주택정책만으로 할 수 있는 역할과 한계는 있다. 여러 정책이 맞물리면서 신혼부부나 청년층의 행동이 달라지고 그것이 사회 전체적으론 출산율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정부로서는 일단 여러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청년층이 미래에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나름의 확신을 갖도록 돕기 위해서다.

▶천현숙 본부장=과거 저출산 대책은 육아 인프라 구축 등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은 만혼이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니 주택정책 등을 쓰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론 젊은세대가 한국을 ‘헬조선’으로 부르는 등 미래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낮은 출산율과 연계돼 있다. 희망적인 미래상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주택정책도 ‘젊은층에게 관심이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필요하다.

-강 원장=주거문제가 결혼을 포기하는 주된 이유로 떠올랐다. 현재 정부의 정책에 덧붙일 아이디어가 있을까.

▶천 본부장=미국에서는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지원해준다. 개인이 저축을 하면 공공이 매칭해 자산을 불려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목돈은 나중에 내집을 마련하거나 학업에 활용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선 청년층이 공공임대 혜택을 받으면 일부 돈을 아낄 수 있다. 이걸 저축하도록 장려하고 금리를 우대하는 등 사회가 젊은이들의 자산형성에 관심을 갖고 유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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