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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함부로 소신있게
한국, 서울 안의 또 다른 나라이거나 별종(別種)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를 듣는 지역이 있다. 강남구다. 집값 잡겠다고 강남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전문가들 얘기 끝에 덧붙여지는 설명이 ‘강남이니까’라는 식이다. 거주민의 소득ㆍ문화ㆍ교육 수준이 높기에 그들만의 존(zone)을 인정해야 하고, 아파트 값도 서민의 잣대로 판단해선 곤란하다는 ‘현실론’이 엄존한다. 그러나 이를 드러내 놓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불편한 진실쯤 된다.

‘처음 들어올 땐 쉬웠겠지만, 한 번 떠나면 재진입은 언감생심이다’ 강남 중에서도 얼마 전까지 뜨거웠던 개포동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재건축 단지 아파트가 하룻새 1억원씩 올랐다. 버틴 자와 떠난 자, 입성(入城)에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의 희비쌍곡선은 프리미엄(웃돈)의 액수 이상으로 골이 깊다.

이런 와중에 국토교통부는 재건축을 둘러싼 이상 과열 조짐에 제동을 거는 조치를 했다. 다른 지역으로 전이를 우려해 억지춘향으로 나선 격이지만, ‘집값 안정’이라는 소신의 끝자락은 잡고 있었다는 걸 알린 효과는 인정해야 한다.

그는 초라했다. 눈은 정면을 바라보지 못했다. 머리는 헝클어졌고, 셔츠 카라도 구겨져 있었다. 코너에 몰린 티를 냈다. 파문 이후 대기발령 상태에서 감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낙향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질타로 강제 상경한 그런 위기 말이다. 그러곤 “죽을 죄를 지었다”고 했다.

죽을 죄…. 문제의 ‘민중은 개ㆍ돼지 발언’ 당시, 그는 적어도 소신을 말한 걸로 보인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해명 기회를 줬는데도 딱부러지게 시정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게 근거다. 당당했던 엘리트 공무원은 함부로 소신있게 말하다 갑자기 죽을 죄인이 됐다. 성난 민중의 온갖 조롱과 비난 속에 그는 결국 파면 수순에 접어들었다. 확정되면 5년간 공직에 나설 수 없다. 그가 생각한 상상 속 ‘1%의 강남’에서 내쳐져 수도권 언저리를 맴돌 처지가 된 거다. 

도가 지나친 마녀사냥이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동의하지 않는다. 어렵게 고시를 패스했다는 특권 의식ㆍ본전 생각을 하고 있는 제2ㆍ3의 그가 적지 않다는 걸 안다. 공무원(civil servant)은 국민에 봉사하는 게 업(業)의 본질이라는 점을 격무에 시달린다는 이유로 망각하는 이들은 또 얼마인가. 대접받는 자리에 올라 폼나게 살아야 한다며 자녀를 다그치기만 했던 부모들은 이번 파문에 혀만 끌끌 차선 안 된다.

재발 방지책으로 인성교육 같은 게 거론된다. 대안으로 너무 자주 떠올랐기에 믿음이 없다. 효과가 날지도 의문이고,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다. 공무원만 돌을 맞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범용((汎用) 처방을 말하자면 첫째, 솔직해야 한다. 그렇게 못하겠다면 소신은 숨기는 편이 낫다. 들켰다면 당당하게 잘못을 시인하는 게 옳다. 망언으로 인해 받은 상처가 너무 깊고 광범위해 이렇게 오지랖을 넓힌다. 

홍성원 소비자경제섹션 부동산팀장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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