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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낙하산 인사 근절 계기 돼야 할 홍기택 사태
결국 올 것이 왔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최근 6개월짜리 휴직계를 내고 잠적한 홍기택 부총재가 맡던 최고위험관리자(CRO)를 국장급으로 강등해 후임자를 뽑고, 대신 국장급이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부총재급으로 격상한다고 공식화했다. AIIB의 조치가 이처럼 속전속결로 이루어질 줄은 정부도 몰랐던 눈치다. 그렇지 않고서야 AIIB의 발표 며칠전까지도 한국 인사가 그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을리 만무하다.

이번 사태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한 조직은 물론 국가의 기간산업에 엄청난 손실을 끼치고 심지어 국격(國格)까지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게다가 사태의 파장은 아직 끝난 것도 아니다. 전직 산업은행 부행장을 대우조선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한 검찰은 홍 전 회장의 공모 여부도 조사하겠다고 벼르는 상황이다. 여기서 또 위기에 몰리면 무슨 발언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의 성정으로 보아 또 다른 메가톤급 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많다.

그는 산업은행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우조선해양 경영자금 4조원 부실 지원’과 관련 논란이 일자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된 일이며 산업은행은 들러리만 섰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인사권도 없는 대주주 역할만으로 자회사인 대우조선의 부실을 알아내고 바로잡기는 어려웠다”는 얘기도 했다. 하지만 인사권 없기는 다른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부실을 어찌알고 기업대출을 회수할 수 있었을까.

이 발언으로 파문이 커지고 ‘책임론’이 불거지자 그는 지난달엔 돌연 AIIB에 장기 휴직계를 내고 잠적하다시피 유럽으로 날아갔다. 최근 부총재직을 다른 나라에 뺏기게 된데 대해 비난이 일자 억울함을 호소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자의로 휴직계를 낸 게 아니라 AIIB측에서 떠밀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발언의 사실 여부를 떠나 도무지 어떤 일에도 자신의 책임은 없다는 식의 처신처럼 보여 혀를 차게 만든다. 신설 국제조직의 경영자급의 자리를 특별한 이유도 없이 6개월이나 비우겠다는 결정이 자의든 타의든 가당한 일인가. 게다가 정부와 어떤 교감도 없었다면 그 책임은 작다 할 수 없다.

차제에 이번 사태를 낙하산 인사의 근절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단 이외의 경력이라곤 2년이 못되는 한국은행 근무와 몇개 금융회사 사외이사 뿐인 그를 산업은행 회장과 국제금융기구의 부총재에 올려준 보이지 않는 손과 감춰진 경로가 밝혀져야 한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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