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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시대의 경주는 어땠을까…경주박, 사상 첫 조명
[헤럴드경제=함영훈기자] 서라벌이라는 명칭은 신라의 멸망과 함께 사라진다. 이곳은 고려시대부터 경주로 불린다.

서라벌은 그러나 사라지지 않았다. 고려 태조 왕건은 귀순한 신라 마지막왕 경순왕에 대해 정치체제 유지는 물론 경주 세력들의 중용 등을 통해 예우했다.

그래서 서라벌은 이름이 바뀌었을지언정 고려시대에도 살아있었다.


▶청동팔각탑

경주의 고려시대를 집중 조명하는 최초의 전시가 열린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은 오는 12일부터 9월 4일까지 특별전 “고려시대의 경주”를 개최한다. 신라의 천년왕도로 주목받는 경주의 고려시대를 조망하는 첫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신라가 멸망한 935년부터 1392년까지 고려시대 경주 지역 사회의 변화와 지역민들의 삶을 ‘도시경관’과 ‘지역사회’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불국사 석가탑 중수기(국보 126호) 등 국보 3점, 보물 15점을 비롯해 모두 500여점의 문화재가 고려시대때 리모델링과정을 거쳤다.

이번 전시에서 경주 읍성 출토품과 구정동에서 출토된 쌍용무늬청동거울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와 함께 최근 출토된 경주 구정동 쌍용무늬구름무늬띠거울(雙龍文雲文帶鏡)은 고려의 도읍인 개성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거울에는 포장재로 사용된 대나무가 그대로 남아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경순왕의 고려 귀순으로 경주가 신라 왕경에서 고려의 지역도시로 재편되는 과정을 다룬다. 1부 ‘읍성과 지역사회 운영’에서는 고려시대 경주의 행정 중심이 된 읍성과 지역사회 운영의 모습을 전시한다. 성벽 축조에 사용된 신라 건축물의 석재들과 고려 기와들,「동경 굴석사(東京屈石寺)」가 새겨진 굴불사 출토 쇠북은 1183년 경주의 전 호장 이백유李伯兪와 승려 도인道人이 제작에 참여하였고 경주를 동경으로 칭했음을 보여준다. 각종 선생안先生案과 호장戶長 관련 전적은 호장과 부윤府尹의 면면을 보여 주는 중요한 전시품이다. 1182년에 세워진 효자 손시양 정려비(보물 제68호)의 입체탁본은 경주가 효행의 도시였음을 보여준다. 


▶물천리 출토 도장

2부‘호국의 상징 황룡사’에서는 신라의 중심 사찰이었던 황룡사가 고려시대도 경주민의 정신적 중심으로서 여전히 호국의 상징이었음을 새롭게 조명한다. 각종 대형 기와들과 청자 등 고려시대 황룡사 출토품들은 웅장했던 당시의 모습을 짐작케 해 준다.

3부 ‘지역사회와 불교사원’은 경주의 불교사원이 종교 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중심지였음을 보여준다. 불국사 성보박물관 부지 출토 명문기와에서 고려시대 불국사가 숙박시설을 겸하였음을 알 수 있다. 동시대 문집자료에서는 분황사가 사람들의 휴식 공간이었음을 말해 준다. 또한 불국사 석가탑 중수문서(국보 제126호)에서는 지역 사회가 하나되어 천재지변을 극복한 모습을, 감은사 쇠북에서는 왜구의 침입을 극복했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불국사 석가탑 중수기(국보 126호), 왕실이 발원한 대반야바라밀다경 권210(보물 959­1­1호) 등 10여점의 국보․보물이 전시된다.

4부 ‘동족사회와 무덤’에서는 경주의 고려시대 무덤군을 통해 동족집단의 무덤을 살펴본다. 물천리·화천리·검단리 등 대규모 무덤군에서 일괄로 출토된 청동 그릇과 거울, 수저, 청자 등 규범화된 부장품들이 밀도있게 소개된다. 도읍인 개경에서 발견된 것과 거의 유사한 경주 구정동 출토 쌍용구름무늬띠거울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화천리 출토 구름학 무늬 대접

5부 ‘경주사람들’에서는 이제현李齊賢·김부식金富軾·이의민李義旼 등 경주와 관련된 인물들을 소개한다. 초상화, 문집, 비문 등으로 그들의 모습과 행적, 그리고 시대적 상황을 되짚어 볼 수 있다. 또한 고려귀족을 상징하는 묘지명으로 귀족사회에 진입한 경주출신 인물들을 소개하였다.

기림사 소장 자비도량참법에서 13세기 고려시대 구결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처음 공개한다. 고려시대 사람들은 우리말과 어순이 다른 한문을 읽을 때 토씨를 달아 우리말로 읽었다. 종래 고려 언어 생활을 알 수 있는 이같이 귀중한 자료는 인왕경 등 5건에 불과했다.

임진왜란 이전에 작성된 유일한 호장안인『부사선생안府司先生案』도 처음 공개된다. 이것은 경주부 역대 호장戶長의 명단인데, 호장은 향리의 우두머리로서 지방사회의 지배자였다. 1523년 처음 작성된 부사 선생안은 고려시대부터 1787년 신안新案을 작성하기까지 호장의 이름과 생년, 본관 등을 기록하였다.

이 밖에 효자의 마을로 선양한 황남동 소재 손시양 효행정려비 일명 효자리비孝子里碑(보물 68호)의 입체탁본, 고려시대 경주 역사를 집성한 역사 연표와 지도, 영상과 삽화가 전시 이해를 돕는다. 무료 관람으로 9월 4일까지 이어진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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