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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열의 알쏭달쏭 의료상식] 키 크고 싶다는 우리 아이, 수술도 괜찮을까요?
요즘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사람(특히,남자)’으로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뭘까? 단순히 ‘금수저’라고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재력있는 부모, 타고난 두뇌수준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훤칠한 키’가 아닌가싶다.

수 년전 ‘신림동 꽃거지’라는 사람이 유튜브에 등장해 화제를 몰고온 적이 있다. 말 그대로 거지이지만 잘 생긴 외모와 185㎝ 가량의 훤칠한 키 때문이었다. 한 공중파 방송은 이 거지를 수 일간 따라다니면서 일거수 일투족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까지 방영할 정도였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성공방정식이 ‘외모’와 ‘몸매’라면 남성은 능력과 함께 타고난 ‘키’가 갖춰져야만 완벽한 ‘훈남’이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요즘 초등학생을 키우는 엄마들은 1~2학년쯤에 또래들 키에 비해 별 문제가 없어도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방문해 ‘성장판 검사’를 받는다. 검사를 받고 의사로부터 앞으로 예상되는 키를 추산하고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필요할 경우 호르몬요법 등을 받아 키를 미리 ‘관리’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모들의 ‘우리아이 키 높이기’에 열망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이용한 상술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청소년의 키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운동 클리닉’도 그런 부모들의 ‘아이에 대한 책임감’에 편승한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운동과 키 성장은 의학적으로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으며, 운동으로 키를 자라게 한다는 사설 클리닉이나 놀이기구의 상당수는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올초인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반 식품, 운동기구 등을 판매하면서 키 성장 효과가 있는 것처럼 거짓·과장 광고한 8개 제품 판매업체와 2개 광고대행사에 시정조치 및 과징금 총 60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일부 키 성장 운동클리닉이 생활습관검사, 다리근육기능검사, 신체조성검사, 유산소운동능력검사 등 여러 항목을 정밀검진한 뒤 자신들이 만든 맞춤운동으로 타고난 키보다 30% 이상 키를 크게 해준다고 주장하지만 운동하는 것이 키가 자라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한 전문의는 “성장호르몬은 잘 때 대부분이 나오기 때문에 낮에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성장호르몬이 많이 나온다고 볼 수 없다”며 “일부 운동클리닉처럼 키가 크는 목표치를 정해 놓고 운동 요법으로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키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키가 자라는 데 도움이 된다는 놀이기구, 운동화, 건강보조식품 등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신고 걷기만 하면 성장판이 자극돼 성장호르몬이 더 많이 나와 키가 자란다’는 선전과 함께 출시된 운동화도 있었다.

성장판이 완전히 닫힌 상태에서 키를 크게하는 방법은 이른바 ‘사지연장술’로 불리는 수술적 방법이다. 최근 유투브에서 이 수술을 한 환자가 167㎝에서 174㎝로 커졌다며 회복후 동영상을 올려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일명 ‘키크기 수술’로 불리는 이 수술은 일단 멀쩡한 정강이 뼈를 자르고 그 자른 정강이뼈 사이에 철심을 박아 넣은 뒤 고정 시키고 다리 밖에 외부 고정장치를 다리 뼈에 고정하여 고정장치를 조금씩 늘려 뼈를 자라게 하는 수술이다. 이 수술은 원래 발이 땅에 안닿는 등 특정장애를 가진 사람을 위해 러시아의 일리자로프박사가 개발한 수술 방법이지만 우리나라는 이 수술을 정상적인 사람들의 키 크기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정강이뼈를 잘라 다리부분이 늘어나기 때문에 다리가 더 길어보이고 수술비용도 수천만원이 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수술을 받고 있다. 수술 이후에는 목발 또는 휠체어 생활을 하여야하는데 제대로 활동하기까지는 평균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문제는 아무래도 멀쩡한 다리뼈를 잘라서 늘리는 것이니만큼 부작용 등이 있을 수 있어 경험이 일천한 일부 병원들의 상술에 각별히 주의해야하고 수술을 결정하기까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수술의 부작용은 뼈를 잘라낸 뒤 그 틈만큼 뼈가 자라야 키가 크는 것인데 그 뼈가 안자라는 경우가 있고 또 새로 나오는 뼈들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술 후 각도나 길이의 차이 등으로 인해 일부 환자에게서 까치발이 생겨서 땅에 제대로 발을 디디지 못하고(뼈 자라는 속도에 근육이 따라 가지 못하여 발이 들리는 현상) 골반뼈가 튀어나오는 등 심각한 부작용 사례도 심심찮게 나온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 수술은 예뻐지기 위해 턱을 돌려깎는 것처럼 키를 키우기위한 ‘다리 양악수술’이라 할 수 있다. 전문의들은 “대체적으로 키에 관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이 스트레스를 벗어 나지 못하기 때문에 키 수술을 하기까지 마음먹었다면 반드시 하고마는 경우가 많다”라며 “수술을 받기로 했다면 인터넷 등에서 과장광고를 하는 사례도 많으므로 반드시 검증된 의료기관을 찾아 충분히 자신의 몸 상태가 교정에 적합한지에 대한 확답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길 바란다”고 조언한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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