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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환경 건축 주도…기계설비 힘찬 비상
건축·토목에 가려 존재감 미약
에너지효율 맞물려 이젠 역할증대
기계설비의 날 제정 15일 첫 행사



기계설비 분야가 기지개를 켠다. 건설업계의 양대산맥인 건축ㆍ토목에 가려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작았던 기계설비는 최근 에너지 효율을 높인 녹색건축이 주목 받으며 그 역할이 커졌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와 대한기계설비단체총연합회(총연합회)는 오는 15일 오후 3시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 ‘제1회 기계설비의 날’ 기념행사를 연다.

기계설비 종사자 600여명이 참석한다. 15명에게는 국토부장관상과 총연합회장상 등이 수여된다.


강병하 총연합회장과 이상일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장은 정부를 상대로 기계설비의 날 제정을 꾸준히 건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총연합회 관계자는 “건설설비가 건설분야에서 독립적인 영역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건축이나 토목에 비해서 떨어졌던 위상이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연합회는 지난 1986년 7월 출범했다. 기계설비 종사자들 사이의 협력을 돕고 기계설비업계의 발전을 주도한다는 목적 아래에서 관련 업체들이 단결했다. 현재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시공분야), 한국설비설계협회(설계),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제조), 한국설비기술협회(기술), 대한설비공학회(학술)로 구성됐다.

건설산업은 기술적으로 분류하면 ▷토목 ▷건축 ▷기계설비 ▷전기설비로 나뉜다. 이 가운데 기계설비는 냉ㆍ난방, 급수ㆍ급탕, 공기조화, 환기, 플랜트, 자동제어 등을 일컫는다. 건축물의 중요한 요소지만 대부분의 설비가 벽이나 천장 마감재 속에 숨겨져 있다. 이 때문에 기계설비는 우리 몸의 혈관이나 호흡기에 비견되곤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계설비는 건축물에 사람이 들어가서 생활할 수 있게 돕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이런 역할과 중요성이 덜 알려져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설계나 시공 과정에서도 대개 하도급으로 진행되는 건들이 많아 전체적인 건축물의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주거용과 비주거용 건축물의 규모가 커지고 첨단화되면서 기계설비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총연합회에 따르면 전체 공사비에서 기계설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포함한 일반빌딩은 15~20% 수준이다.

과거 주거용 건축물에 들어가는 기계설비는 보일러나 급ㆍ배수관 정도였으나, 최근엔 중앙에서 통제하는 자동제어 시스템이 적용된 주상복합아파트가 늘어나면서 필요한 설비도 풍부해졌다. 이 밖에 병원 같은 특수건축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LCD,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ㆍ플랜트에선 50%를 넘는다.

정부는 오는 2020년부터 공공부문에서 제로에너지빌딩(외부에서 유입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한 건축물) 건축을 의무화하고 2025년엔 이 방침을 민간부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소위 석유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를 활용하지 않는 건축물을 만들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게 가능하려면 태양열이나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자가발전 기술(액티브 기술)이 필수적인데, 이게 다 기계설비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물의 단열성과 기밀성을 극대화한 패시브 기술과 액시브 기술이 결합 돼야 비로소 ‘제로에너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기계설비 분야의 설계, 시공, 유지관리, 기술자 관리와 육성에 관한 규정이 담긴 법령이 없다. 다만 연관이 있는 규정이 건설기술관리법 등 몇몇 법령에 흩어져 담겨 있다.

업계에서는 토목, 건축, 전기설비처럼 기계설비의 설계와 시공을 총괄하는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상일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장은 “기계설비의 날이 처음 제정된 것을 계기로 기계설비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업계 종사자들의 사기도 진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친환경 녹색건축물이 널리 퍼지는 과정에서도 기계설비 업계가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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