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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이런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꽃을 꺾어내면/들 한쪽이 가만히 빈다/아무도 모르게 저를 키워와선 이렇게 꺾인다/어쨌든 이렇게 꺾어지고 나면/애초에 없던 약속마저 애처롭다.”(김완수 시인의 시 ’들꽃‘)

한 사람이 살고 간 자리가 아무렇지 않을 순 없다. 홀로 조용히 풍화한 이들이랄지라도 그 만큼의 자리는 비게 마련이다. 누군가는 그보다 좀더 넓게, 또 다른 누군가는 메울 수 없는 빈 자리를 남기기도 한다. 



신문에 ‘가만한 당신’이란 부고 기사를 연재해온 저자가 그 중 특히 기억하고 싶은 이들의 이야기를 골라 같은 이름으로 책을 냈다. 인권과 자유, 차별 철폐와 페미니즘, 조력 자살과 동성혼 법제화 등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위해 앞서 헌신한 이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는 전쟁의 무참함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한 ‘콩고의 마마’ 레베카 마시카 카추바, 모성 신화의 허구성을 지적한 바버라 아몬드, 여성 할례 금지 운동에 앞장선 에푸아도케누, 뉴욕 중심부에서 최초의 여성 전용 섹스토이숍을 연 델 윌리엄스 같은 인물을 통해 페미니즘의 발전 과정을 알아갈 수 있다. 

1960년대 흑인 인권 투쟁 현장을 누빈 존 마이클 도어, 개인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언급한 카스파 보든, 군대 민주화 운동의 기점인 앤드루 딘 스태프 등을 통해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의 현장을 만날 수 있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위해 잡지를 발행한 마이클 존 케네디, 세계적인 군비경쟁 실태를 폭로한 루스 레거 시버드, 삶에 대한 결정권은 본인에게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엘리자베스 리비 윌슨 등 최근 비로소 논의가 시작된 사안을 먼저 꺼내 든 이들의 이야기도 있다.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meelee@heraldcorp.com

가만한 당신/최윤필 지음/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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