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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담아미의 문화쌀롱] 뮤지컬 ‘스위니토드’ vs 영화 ‘스위니토드’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뮤지컬 ‘스위니토드’(6월 21일~10월 3일, 샤롯데씨어터)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조승우, 옥주현이라는 한국 뮤지컬 남녀 톱스타의 첫 만남으로 공연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이 작품은 개막 이후 연일 관객과 평단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최고의 뮤지컬로 기록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2007년 한국 초연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같은 해 팀 버튼 감독의 영화로도 나왔지만, 흥행 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9년만에 재연된 뮤지컬의 흥행으로 영화를 다시 보는 관객들도 생겨나고 있다.

스티븐 손드하임 음악에 에릭 셰퍼 연출, 오디컴퍼니 신춘수 프로듀서가 국내 크리에이티브팀과 함께 만든 뮤지컬 ‘스위니토드’를 팀 버튼 영화와 비교해봤다. 

뮤지컬에서 스위니토드 역을 맡은 조승우(왼쪽)와 팀 버튼 영화에서 같은 배역의 조니 뎁. [사진=오디컴퍼니,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뮤지컬 ‘스위니토드’ vs 영화 ‘스위니토드’=뮤지컬과 영화는 같은 줄거리로 전개된다. 아내와 딸을 빼앗기고 외딴 섬으로 추방을 당한 뒤, 15년 만에 돌아온 비운의 이발사 스위니 토드의 살인 복수극이다. 살인을 한 후 시체는 파이가게 여주인 러빗 부인의 ‘인육 파이’로 만들어진다는 내용이다.

뮤지컬과 영화, 두 매체가 전해주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음악이다. 작곡자인 손드하임이 “뮤지컬에서 영화화된 여느 작품들과는 달리 스위니토드는 완전히 영화로 변형된 작품”이라고 했을 정도.

뮤지컬은 스위니토드와 러빗부인을 중심으로 토드의 딸 조안나, 그녀를 사랑하는 순수 청년 안소니, ‘악당’ 터핀판사와 이탈리아 이발사 피렐리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설명하는 음악적 요소들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

반면 영화는 생략된 부분이 많다. 합창, 앙상블, 몇몇 넘버들을 제외하고 주요 멜로디만 남겨놨다. 스토리 전개를 위해 음악 구성이 간결해진 것. 이 때문에 스위니토드와 러빗부인 이 외의 주변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이 단조롭다.

터핀 판사를 면도하는 스위니 토드. 긴장 넘치는 장면이지만 듀엣곡 ‘Pretty Woman’의 선율은 그 어느 넘버보다도 서정적이다. [사진=오디컴퍼니,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뮤지컬에서 ‘발라드 오브 스위니토드’(The Ballad of Sweeney Todd)로 시작하는 앙상블 합창은 영화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로 대체됐다. 뮤지컬에서 터핀 판사가 조안나를 향한 욕망을 드러내는 아리아도 영화에서는 생략됐다.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팀 버튼의 영화는 차갑고 무표정한 스릴러로 전개되지만, 셰퍼의 뮤지컬은 좀 더 뜨겁고 광기어린 살인극으로 치닫는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스위니 토드 캐릭터다. 영화에서 조니 뎁은 웃음기를 완전히 없앤 채 서늘한 표정으로 비운의 살인마를 연기하지만, 뮤지컬에서 조승우는 분노를 폭발하며 광기 어린 살인마를 연기한다. (조승우의 휘파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영화가 살인과 복수를 소재로 스릴러 장르를 추구하면서도 인육파이라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웃음기 뺀 팀 버튼식 잔혹동화를 지향한다면, 뮤지컬은 한국식 코미디를 가미해 무거움을 덜었다.

노랫말에도 한국식 풍자와 코미디 요소를 버무렸다. 대표적인 곡이 1막 엔딩곡인 ‘A Little Priest’. ‘파이 맛’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소설가(시체)로 만든 파이는 내용물이 부실하고, 공무원은 꽉 막혔고, 변호사는 주둥이만 살아서 씹는 맛이 최고”라는 식이다. 영어식 ‘펀(Punㆍ말장난)’과는 다른 노랫말로 전개된다. “요식업계와 미용업계의 콜라보레이션” 같은 대사도 객석의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다.

이 밖에도 뮤지컬에만 있는 사소한 비밀(?) 있다. 토드의 첫번째 희생자, 피렐리의 ‘행방’이다. 피렐리는 죽임을 당한 후 박스 안에 감춰진다. 그리고 끝내 퇴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과연 피렐리를 연기하는 배우는 어디로 사라진걸까.

정답은, 1막이 끝날 때까지 그 박스 안에 있다. 무대에 ‘퇴로’가 없기 때문이다. 

러빗 부인 역을 맡은 옥주현(왼쪽)과 헬레나 본햄 카터. [사진=오디컴퍼니, 워너브라더스코리아]

▶한국화ㆍ대중화한 마니아 뮤지컬 ‘스위니토드’=마니아적 장르로 읽혔던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이번 재연에서 완벽하게 한국화, 대중화했다. 끊임없이 변주되는 불협화음과 기괴한 음역대까지 상승하는 고음, 무조(無調)적인 선율로 노래하듯 대사하는 레치타티보까지, 손드하임의 매력적인 음악에 한국어 노랫말이 자연스럽게 융합됐다. 가끔 질펀해지는 코미디 요소 때문에 장르적인 특색이 반감되기도 하지만, 대중적인 접점을 찾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오필영 감독이 구현한 뮤지컬 ‘스위니토드’의 무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미니멀하다. 조명과 영상을 이용해 캐릭터들의 심리를 설명한다. 이전 작품인 뮤지컬 ‘마타하리’의 화려한 무대와는 확연하게 대조적이다. 그러나 배우들의 동선이나 오브제 등을 감안하면 대극장용 무대로는 지나치게 빈 공간이 많아 휑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러빗부인 역의 옥주현은 변신이 돋보인다. 표현력의 한계를 실험하듯 끈질기게 캐릭터를 탐구한다. 눈썹 올리는 것까지도 계산된 움직임을 보인다. 전형적인 ‘한국 아줌마’의 억양과 말투를 구사하기도 한다.

조승우는 여유롭다. 애드립도 여전하다. 캐릭터의 정형을 쫓아가지 않고 ‘자기화’한다. 그러나 조승우 특유의 능청스럽고 여유로운 연기 톤은 아내와 딸을 빼앗긴 상실감과 복수심에 불타는 살인마의 광기를 표현하기에 때로 간극이 크게 느껴진다. 피렐리의 과한 이탈리아 억양과 코미디언 ‘리마리오’ 같은 정형화된 연기는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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