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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달장애인 부모 농성 42일 만에 철수…‘박원순 소통’ 빛났다
-박 시장 농성장 전격 방문 후 화해무드 조성

-발달장애 TF 합의…단체ㆍ공무원 등 14명 구성

-박시장 “약자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장 책무”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직원의 사망사고 등 최근 잇따른 돌발상황으로 궁지에 몰리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숨통이 트였다. 박 시장의 턱밑인 시청에서 42일째 노숙농성을 벌이던 발달장애 부모들이 해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박 시장이 지난 3일 전격 농성장을 방문, 발달장애 부모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후 화해무드가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광장 앞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을 찾아 위로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발달장애인의 부모들로 구성된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14일 서울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청 동쪽 출입구에서 진행하던 농성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제안한 태스크포스(TF) 구성에 합의하고 단체 측이 내놓은 발달장애인 생존권 7대 정책, 13개 세부 과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박원순 시장이 현장에 찾아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환영을 받았다. 박 시장은 “긴 시간 고생하신 데 대해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왔다”며 “가족이 겪는 고통과 아이들의 힘든 상황을 제가 미쳐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시장 혼자 결단해서 될 문제는 아니지만, 어려운 상황을 함께 지혜를 모아 헤쳐가자”고 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4일부터 서울시청 출입구를 막고 발달장애인 생존권 요구안 관철을 주장하며 노숙 농성을 벌여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광장 앞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을 찾아 위로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는 불법농성을 하는 단체와는 협상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고, 이에 맞서 단체는 지난달 24일부터 매일 삭발식을 하는 등 농성의 강도를 높여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농성장 방문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

서울시와 단체에 따르면 3일 오후 9시 30분 박원순 시장은 노숙 농성장을 방문해 자정이 될 때까지 2시간이 넘게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마음을 달래고, 정책요구안에 대한 설명을 경청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농성 장기화에 대해 사과하고 발달장애 정책요구안을 TF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서울시의 공무원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자 박 시장은 자신이 주도를 해서 TF를 운영할 것을 약속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도 한 발 물러섰다. 당초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센터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내년까지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3곳 시범 설치 후 확대’로 물러섰다.

또 가장 큰 논란이 됐던 발달장애인 1인당 일시금 5000만원 지급과 7년동안 매년 1000만원씩 생활정착금 지원은 철회했다.

단체 관계자는 “서울시의 전향적 입장을 확인함에 따라 세부적 논의는 새로 구성되는 TF에서 공식적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단체 측과 발달장애인 복지에 관련한 별도의 TF를 만든다. TF는 김남연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과 단체가 추천 인사, 본부장급 이상의 서울시 공무원과 추천 인사, 시ㆍ구의원 등 14명으로 구성된다.

내년까지 설립될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3곳은 지자체 수요를 파악한 후 결정된다. 발달장애인 종합정책 수립을 위한 마스터플랜은 10월까지 만들기로 잠정 합의됐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박원순 시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경청에 감사한다”며 “이제 남은 과제는 TF로 넘어갔다”고 했다. 이어 “평생교육센터 추가 설립과 서울시의 발달장애인 전담팀 구성을 요구할 것”이라며 “발달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 사회에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지, 앞으로 TF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성을 거둔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협상 타결 직후 박원순 시장과 훈훈한 편지를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회원’ 명의의 편지에서 부모들은 우선 “시청 후문에 농성장을 꾸리고 주저앉은 지 사십여 일을 보내는 동안, 어쩌면 시장님의 하루하루가 더 고달프셨을지도 모르겠다. 죄송했다”고 했다. 이에 박 시장도 답장을 통해 “세상의 벽과 맞서 싸우는 어머니들의 절규 앞에서 같이 우는 것 밖에 없는 제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컸다”며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그 어떤 소수나 약자도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서울시장의 책무”라고 발달장애인 부모들을 위로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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