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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패산 등산객 살인사건] ‘기준’이 없다…피의자 신상 공개ㆍ他경찰서와의 공조
[헤럴드경제=구민정ㆍ유오상 기자] 수락산 등산객 살인 사건과 사패산 사건이 여러 면에서 ‘판박이’ 사건이다. 하지만 앞선 수락산 사건과 달리 경찰이 사패산 등산객 살인사건의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원주에 있던 피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지역경찰과 공조하지 않는 등 피의자 신상공개와 타경찰서와의 공조 부분에 대한 경찰의 명확한 매뉴얼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보다 효율적인 수사의 토대를 위한 매뉴얼 확립의 필요성에 대해 지적한다.

경찰은 이번 사패산 사건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 신상 공개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며 “피의자는 상해 전과 등이 있긴 하지만 모두 벌금형으로 강력범죄가 아니어서 재범이라고 보기 힘들고 흉기를 소지했다거나 하는 범행의 잔인성 부분에서도 신상 공개를 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수락산 사건을 담당했던 노원경찰서는 ‘범행의 잔인성’과 ‘재범’ 등을 근거로 피의자 김학봉(61) 의 신상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김 씨의 조현병 병력이 확인되면서 정신질환 병력을 근거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던 ‘강남역 살인사건’과의 형평성 논란이 있었지만 경찰은 “내부 심의위원회 결과 공개하기로 결정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처럼 사건을 담당하는 일선 경찰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피의자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다 보니 신상공개 여부가 사건마다 오락가락하고 있다. 신중해야 하는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한 통일된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수사기관별로 자의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건을 담당하는 일선 경찰서에서 자체적으로 피의자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다 보니 신상공개 여부가 사건마다 오락가락하고 있다. 같은 조현병 병력이 있지만 강남역 살인 사건 피의자 신상은 ‘미공개’, 수락산 살인 사건 피의자 김학봉의 신상은 ‘공개’가 결정된 바 있다. 한편 사패산 살인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의정부경찰서는 피의자 정 씨의 신상 공개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번 사패산 사건에서 경찰은 원주에 있던 피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지역경찰과 공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 정모(45)씨가 자수를 위해 의정부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던 지난 10일 오후 10시 55분께 전화를 받은 경찰은 정 씨가 차로 1시간 반 가량 떨어진 강원도 원주에 있는 것을 파악했다. 하지만 정 씨로부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원주경찰서에게 협조요청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의정부에서 경찰이 직접 운전해서 정 씨가 있는 곳으로 간 것으로 밝혀졌다. 정 씨가 그 사이 심경의 변화를 겪어 도주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끌까지 지역경찰서와의 협력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원주경찰서까지 나서면 피의자의 심리가 불안해질까봐 처음 통화한 경찰이 계속 전화로 피의자를 안정시키고 달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경찰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타경찰서와 어떤 상황에서 공조해야 하는 지 정해진 매뉴얼은 없다”며 “상황마다 담당 사건을 맡은 형사과장이 전체적으로 사건을 장악하고 보고받기 때문에 공조 여부는 형사과장이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매뉴얼의 부재로 자칫 수사가 일선 경찰서의 입맛대로 흘러갈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신상공개 위원회라는 것이 운영된다 하더라도 여론의 압력을 받으면 특정 인물의 의중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어 매 사건마다 다른 판단이 나오게 되고 신상 공개의 신뢰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외국에서도 신상 공개에 대해서는 명문화된 규정을 통해 엄정히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현재 마련하고 있는 신상정보 공개 기준을 빨리 정립해 일관된 결정을 내리고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타 경찰서와의 공조에서도 매뉴얼 확립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도우 경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패산 사건의 경우도 지역경찰(원주경찰서)이 우선 투입되는 것이 맞다”며 “만약 범인을 놓쳤다면 큰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매뉴얼 부재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타 경찰서와의 공조와 관련된 매뉴얼을 정립해 지역 경찰이 투입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보다 효율적인 수사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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