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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롯데] “왕자의 난, 재발 가능성 없다”던 신동빈 회장…또 ‘왕자의 난’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왕자의 난은 끝났으며 재발 가능성은 없다”

지난해 8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빚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달 뒤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재벌그룹 총수로선 처음으로 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날이었다.

그러나 신 회장의 공언(公言)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공언(空言)이 되고 말았다. 10개월여 만에 신 회장과 형 신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을 놓고 주총에서 또 한 번 맞붙게 된 것. 신 전 부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자료가 오너가 비자금 수사를 촉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른바 ‘2차 왕자의 난’이 재연된 셈이다. 롯데 안팎에서는 이번 분쟁이 지난해와 달리 단순한 형제 다툼이 아니라 검찰의 수사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신 회장과 롯데그룹이 당면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포함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하며 불거진 왕자의 난은 이후 롯데그룹의 국적과 정체성 논란으로 불똥이 튀며 그룹 전체에 먹구름을 몰고 왔다. 사태가 본격화된지 약 10일 만에 롯데그룹 계열사 상장기업의 주가가 1조5000억원 가량 감소했고, 반(反) 롯데 정서가 확산되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불매운동이 촉발되는 등 피해가 일파만파였다.

이에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 직후 연 대국민 사과에서 한국 롯데의 지주사나 다름없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그룹 경영의 투명성을 약속했고, 사태는 일단락 되는 듯 보였다. 신 회장도 불과 이달 초까지 호텔롯데 상장을 앞두고 대기업 오너로서는 이례적으로 직접 기업공개(IPO)의 전면에서 지휘봉을 휘두르는 등 ‘원톱 체제’ 못박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올 초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태,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홈쇼핑 중징계 등 잇딴 악재가 터지며 롯데는 다시금 혼돈 속에 빠져들었다. 여기에 방점을 찍은 것이 지난 10일 터진 검찰의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였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지난해 왕자의 난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이 검찰 측에 롯데그룹의 문제점을 흘리며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돼 롯데그룹이 우려했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 방향과 신 전 부회장이 그간 롯데를 겨냥해 주장한 내용이 비슷한 것과 더불어, 검찰이 롯데그룹 전방위 사정에 나선 뒤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낸 것이 이같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도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맡게 됐다.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호텔롯데 상장, 롯데면세점 특허 확보, 월드타워점 완공 등 굵직한 경영 현안들이 올 스톱됐고, 전날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연고점 대비 평균 26%, 시가 총액 기준으론 8조3000억원이 폭락했다.

한편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이달 말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두고 또 한 번의 표 대결을 벌인다. 신 전 부회장은 주총의 캐스팅 보트인 종업원지주회를 설득해 경영권을 찾겠다는 입장이며, 신 회장 측은 이번 주총에서도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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