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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운 구조조정>한진해운 만만치 않은 용선료 협상, 깐깐한 선주들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채권단의 자율협약을 실천중인 현대상선이 가장 난제로 꼽혔던 용선료 협상을 성사시키면서 한진해운도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초 용선료 협상팀을 꾸려 22개 선주들과 1차 협상을 완료한 상태다. 자문 로펌으로는 영국계 프레시필즈(Fresh Fields)를 선정해 도움을 얻고 있다. 프레시필즈는 과거 이스라엘 해운사 ‘ZIM’의 용선료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끈 로펌으로 명성이 높다.

한진해운은 “1차 협상을 완료한 상태”라며 “(일각에서 거론된)협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지은 현대상선의 사례를 언급하며 “다른 회사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용선료 조정 협상은 협상 초기부터 가시적이고 긍정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고, 꾸준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용선료 협상에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만큼, 당장 성과를 논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다. 현대상선은 110일여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평균 인하율 21%선에서 용선료 협상을 타결지었다.

한진해운은 “구체적인 용선료 조정 내용을 협의할 후속 협상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회사의 입장과는 달리 선주들의 태도가 초반부터 만만치 않다. 현대상선의 협상 과정에선 영국계 컨테이너 선사 조디악이 끝까지 걸림돌이었다면, 한진해운은 시스팬이 초반부터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캐나다의 컨테이너 선주인 시스팬은 한진해운과 용선료 협상에 돌입하자, 한진해운이 지난 3개월간 용선료를 연체했다고 폭로했다. 업계에서는 시스팬의 CEO까지 나서서 공개적으로 용선료 연체 사실을 공개한건 용선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일종의 ‘언론플레이’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해관계가 민감한 용선료 협상에서 호락호락하게 한진해운의 요구를 들어주진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가능하다.

시스팬도 어려운 상대지만, 그리스계 나비오스도 만만치 않다. 나비오스도 한진해운의 용선료 연체를 이유로 남아공에서 벌크선을 억류했다가 3일만에 풀어주는 등 한진해운을 압박했다. 그나마 한진해운이 8척으로 가장 배를 많이 빌린 그리스 다나오스사는 크게 깐깐하게 구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한진해운의 용선주 구성이 현대상선에 비해 복잡하다는 점이다.

현대상선은 그리스 선주들 위주로 배를 빌린 반면, 한진해운은 주로 독일에서 중소규모의 용선주들로부터 배를 빌려왔고 캐나다, 터키, 일본, 영국,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적 용선주들이 포진했다. 한진해운 협상팀 입장에선 전세계를 넘나들면서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용선주 중에는 싱가포르의 선박펀드인 RMT(Rickmers Maritime Trust)도 포함됐다. RTM은 4250TEU의 선박 4척을 용선해주고 있다.

시스팬과의 용선 형태도 복잡하다. 3척은 시스팬이 소유한 선박이고, 4척은 시스팬과 다른 2곳의 투자자들이 설립한 투자사 ‘GCI(Greater China Intermodal Investments)’를 대신해 시스팬이 관리하고 있는 형태다. 표면적으로는 시스팬 1곳과의 협상이지만, 실제 협상 과정에서는 보다 복잡한 의견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규모의 용선주를 상대로 다양한 협상을 벌여야 하는 여건이 시간상으로는 불리하지만 협상 측면에서는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은 7월말까지 협상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면서도 ”상대적으로 대형 용선주들보단 중소 규모의 용선주들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떠앉을 여력이 없어서 협상이 수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용선료 협상을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진행을 위해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조건으로 앞세웠다. 데드라인은 7월말~8월초로 거론된다. 만일 용선료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무조건 법정관리라는 원칙을 정해놓은 상태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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