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천당과 지옥’… 조선업, 한치 앞이 안보인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업황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등으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조선업이 한주 사이 ‘천당과 지옥’ 사이를 오갔다. 대우조선해양은 예상에 없던 고강도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바닥 아래 지하실’을 경험했다. 업계에는 대규모 수주 소식과 함께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이 확정되면서 고통스러운 몸집 줄이기가 시작될 전망이다. 위기의 성동조선은 신규 수주로 ‘생명연장’ 가능성을 높였다.

신용등급 강등은 조선업 전체를 또한번 강타했다. 지난 8일 한국기업평가는 정기평가를 통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1노치(notch)씩 하향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는 2노치 내렸다. 4개사에 모두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했다. 추가 등급하락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의미다.


이번 등급조정으로 현대중공업의 유효신용등급은 ‘A0’,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A-’, 대우조선해양은 ‘BB0’ 등급이 됐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신규 수주가 없고 브라우즈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Browse FLNG) 계약 3건이 해지되면서 수주잔고 감소세가 두드러져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2노치 떨어졌다.

구조조정 방안을 정부가 확정 발표한 것도 6월 초 조선업 전반을 강타했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은 생산능력 감축이 핵심이다. 최대 30~40% 이르는 한국 조선사들의 선박 건조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들이 포함돼 있다. 야드 매각과 도크 폐쇄 핵심 계열사 매각 등이 모두 포함됐고 일부 회사는 유상증자 방안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다이나믹한 6월을 보낸 조선사는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기관 합동으로 작성한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되던 당일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10여명의 검찰 수사관들이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대우조선해양 다동 본사 건물에 영장을 제시하고 진입했다. 자금 흐름을 담당하는 재무 부서가 수사의 주 타깃이 됐다. 특히 전직 사장이었던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들의 재임 기간이 집중 수사 대상으로 알려진다. ‘바닥 아래 지하실’을 경험하던 대우조선은 그러나 9일에는 낭보를 알려왔다.

올들어 신규 수주가 전무했던 대우조선이 그리스 선박박람회에서 최대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선박 수주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이다. 채권단과의 관계 및 은행의 선수금지급보증(RG) 등 난관을 뚫고 수주에 성공하면서 ‘재기’ 가능성을 열게 됐다. 대우조선 측은 “한국 조선업의 자존심을 세웠다”고 자평했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상반기 영업흑자 전환”을 공언했다.

극적인 수주 소식을 알려온 측도 있었다. 중견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은 지난 10일 7만5000톤큽 정유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 수주 금액은 1억7000만 달러다. 올들어 단 한건의 수주 계약도 따내지 못했던 성동조선 측으로선 가뭄에 단비 같은 수주였다. 신규 수주 여부에 회사의 명운이 걸린 상태에서 벌인 지난 2주간의 수주전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조선업이 최악의 상황이지만 업황이 반전될 수도 있다는 기미는 몇군데에서 포착된다.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상승세를 뚜렷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SCFI는 지난 3월 최저점을 찍은 이후 최근까지 30% 넘게 상승했다. 해운 성수기(6월~10월)를 앞두고 있어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운 운임 상승은 통상 컨테이너선 등 상선 발주 증가로 이어져왔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첫 수주가 또다른 연쇄 수주로 이어질지도 관심거리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안젤리쿠시스 그룹이 경제 회복기에 선제적으로 선박을 발주하는 경향이 있다. 발주 시황이 살아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