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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역사공원 조성 위해 역사 없애는 경북도개발공사”…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 책판 쓴 권주 선생 묘 강제 이장 ‘논란’
[헤럴드경제(안동)=김병진 기자]경북도청신도시 개발 논리에 밀려 500년이 넘은 화산(花山) 권주(權柱, 1457~1505년) 전 경상도관찰사 부부 묘와 4남 권굉(진주목사 역임) 선생 부부 묘가 강제로 이장될 처지에 놓였다.

이들 묘는 안동시 풍천면 가곡리 도청신도시 내에 위치하며 6월 현재 경북도개발공사가 역사공원(서애 류성룡 선생 임란각이 건립될 예정) 조성을 위해 법원에 묘 이전을 위한 공탁금(2천만 원)을 걸어 놓은 상태다.

특히 권주 선생은 지난해 10월 한국의 12번째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던 한국국학진흥원(안동시 도산면) 소장 ‘유교책판’ 중 270여장의 목판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묘 이전을 막기 위한 가일(佳日)마을 안동 권씨 화산공 문중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학계도 현장 보존 목소리를 높이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북도개발공사가 역사공원 조성을 위해 강제 이장을 준비 중인 조선시대 경상도관찰사를 지낸 권주 선생 부부 묘 전경.[사진=김병진 기자]



▶문중 및 학계 ‘보존’ VS 경북도개발공사 ‘이장’= 경북도개발공사는 역사공원 조성을 위해서는 묘 이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동 권씨 화산공 문중 집성촌인 가일마을 주민들은 묘가 그 자리에 보존돼 역사공원과 어우러져 현재 및 후세들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남기를 희망하고 있다.

권주 선생 종손 권종만(76)씨는 “묘 문화재 기념물 지정 소청 및 문화유적 보존 청원서를 관계당국에 보내고 법원에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등 보존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건립될 역사공원 이념에 맞도록 남은 4기 묘를 그대로 보존하면 선원강당과 화산선생신도비가 삼위일체가 돼 역사적으로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문중 권대직(77)씨는 “경북도개발공사가 판단을 잘못하고 있다”며 “역사공원 조성을 위해 역사를 없앤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근시안적 행정을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계도 보존 의견을 내고 있다.

배영동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는 “문화재로 지정된 화산신도비는 선생의 묘소가 있기 때문에 설립된 것이고 선원강당도 선생이 강의했던 강당으로 화산 선생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전했다.

따라서 “화산 선생 내외와 권굉 선생 내외 묘소를 원래 위치에 보존하면 지정문화재 2건을 역사적 문화적으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경북도개발공사는 예정대로 묘 이전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경북도개발공사 관계자는 “경북도청 이전계획에 따라 권주 선생 등 묘가 포함된 지역은 특별법에 따른 수용대상이 된 곳”이라며 “예정대로 묘를 이장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곳이 현재 법원에 의해 강제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내려진 만큼 향후 법원의 판결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권주 선생 관련 유적인 ‘안동 화산 권주 신도비’와 ‘선원강당’ 모습.[사진=김병진 기자]

▶권주 선생은 누구인가=본관은 안동(安東), 자는 지경(支卿), 호는 화산, 할아버지는 입향조 군수 항(恒)이다.

10일 안동권씨 화산공 문중 등에 따르면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세조 정축년(1457년)에 태어나 1474년(18·성종 5) 진사시에 합격해 성균관에 입학했으며 1480년 친시 갑과에 2등으로 급제했다.

공조정랑(37·성종 24·중국어 능통 질정관(質正官)으로 중국요동 다녀옴), 홍문관부응교(38·
성종 25·경차관 돼 일본 대마도 도주 설복시킴), 충청도관찰사(41·1497년·연산군 3), 동지중
추부사(46·연산군 8·정조사(正朝使)돼 명나라 다녀옴), 경상도관찰사(47·1503년·연산군 9) 등을 역임했다.

1504년 갑자사화가 발발하면서 1482년(성종 13) 연산군 생모 폐비 윤씨 사사(賜死) 때 사약을 받들고 갔다는 이유로 파직돼 평해로 귀양, 1505년 6월 사사됐다.

1506년 중종반정으로 신원돼 의정부 우참찬(議政府右參贊)에 증직 됐다.

권주 선생 관련 유적으로는 그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1711년 세워진 ‘안동 화산 권주 신도비(경상북도 문화재 자료 제65호)’와 선생이 공부하고 아들 4형제를 공부시키던 자리를 기념하기 위해 1843년에 건립한 ‘선원강당(경상북도 문화재 자료 제35호)’이 있다.

이 유적들은 권주 선생 묘(폭 11m·길이 11m·높이 3.6m)와 150여m 근접거리에 위치한다.


kbj765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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