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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때 되면 개원 가능하도록 국회법 개정할 필요 있어
20대 국회도 다를 게 없었다. 법이 정한 개원일을 어기는 고질병이 이번에도 도졌다. 국회법에는 임기 개시 7일 이내에 임시국회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그로부터 사흘 이내에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단을 뽑아 원 구성을 마무리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여야가 국회의장과 노른자위 상임위원장을 서로 차지하려고 제 주장만 하다가 법정 시한을 넘긴 것이다. 이런 규정이 만들어진 게 1994년인데 그동안 단 한번도 지킨 적이 없었다. 이쯤이면 ‘비통한 심정’을 운운하며 정치판만 탓할 일이 아닌 듯하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매번 ‘위법’으로 임기를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치판 수준을 감안한 제도적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원 구성이 안돼 국회가 문을 제 때 열지 못하면 그만큼 국정은 혼란을 겪게 된다. 국회가 챙겨야할 현안만 해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벽지 여교사 신변 안전, 이른바 메피아 갑질 근절방안, 미세먼지 대책 등 당장 불거진 것만해도 일일이 손으로 꼽기가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국내외 경제상황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임박한데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여부도 초미의 관심이다. 조선 해운 등 기업 구조조정은 골든 타임이 눈 앞이다. 그런데 국회는 당리당략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지형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밀릴 수 없는 싸움이라지만 국민들 보기에는 한가하다 못해 한심해 보일 뿐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은 어느 정당에도 절대 과반 의석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3당 체제라는 절묘한 선택을 했다. ‘수(數)’의 힘만 내세우지 말고 서로 협력해 국정을 운영하라는 준엄한 명령이 담겨있다. 그러나 여야는 여전히 이같은 민의를 읽지 못하고 밥그릇 다툼에 여념이 없다. 민의에 부응하지 못하고, 국회 문도 열지 못하는 여야 정치력을 이젠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제로라도 국회를 열 수 있게 제도를 고치는 게 맞다.

여야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의장 선출을 위한 ‘자율투표’를 제안한 바 있다. 새누리당이 거부해 없던 일이 됐지만 이를 아예 국회법에 못박아 제도화하는 것도 검토할만하다. 상임위원장도 각 상임위에 배정된 위원들이 자체적으로 뽑아 본회의 동의를 얻는 방법도 있다. 소수당 차별 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지만 소모적 정쟁으로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 것보다는 백번 나아 보인다. 늑장 개원, 유령 국회 못된 전통을 21대까지 대물림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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