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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유럽 주요 도시들이 ‘민생 시장’을 선택하는 이유
유럽에 여성 시장(市長), 생활밀착형 시장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 시장선거에서 변호사출신 비르지니아 라지 후보가 집권 민주당의 로베르토 자케티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19일 결선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사상 첫 여성 로마시장이 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인 유럽 주요 대도시 시장이 라지같은 인물들로 바뀌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미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마누라 카르메나와 아다 콜라우 시장을 배출했고, 프랑스 파리는 얀 이달고가 수장이 됐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역시 가브리엘라 피레아가 시장에 당선됐다. 모두 여성이자, 기성 정당의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다.

이들은 시민운동을 해왔거나, 작은 변화를 내건 군소정당 소속인데도 유권자인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유럽은 총선에서 반난민 정서를 자극한 우익 보수 정당들이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장을 뽑는 지방선거는 양상이 다르다. 부패하거나, 당리당략 싸움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존 정치인에 대한 실망감과 반감이 시민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당선된 시장들의 공통분모는 ‘시민들을 위한 정치, 생활밀착형 정치’를 표방하고, 추구한다는 것이다. 라지 로마시장 후보는 악명높은 교통정체를 없애겠다고 했다. 쓰레기도 줄이고, 공공기관의 무사안일도 배격한다. ‘어느 당도 로마시민을 돌보지 않고 있다’는 그의 분노에 시민들은 지지표로 화답했다. 카르메나 마드리드 시장도 시 소유 골프장을 대중에게 개방했다. 시장 연봉을 대폭 삭감하려다 반대에 부딪히자 상당액은 기부하기로 했으며, 오페라와 투우장 무료입장 특혜도 거부했다. 시민운동가 출신 콜라우 바르셀로나 시장은 가스 수도 전기 요금 등 인하를 약속했다. 또 F1 경주 지원금을 어려운 공립학교 학생의 급식비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했다.

저명하고 촉망받는 정치인이나, 도시를 유명하게 만들 각종 이벤트 개최는 실제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변화를 택한 이유다. 그들의 도시가, 정치인의 치적이나, 정치인이 더 큰 무대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전락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우리나, 외국이나 이제 재임기간 중 막대한 비용으로 전시성 이벤트를 유치하고, 시 재정을 바닥내는 정치적 시장들은 설 곳이 없어질 것이다.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언변좋은 정치인이 아니라 부지런하고 꼼꼼한 행정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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