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쪽머리가 지끈지끈…편두통은 왜 여성에 많을까
realfoods
여성들은 피곤하다. 맞벌이가 필수가 되면서 회사일로 받는 부담에 퇴근 후에는 가사까지 챙기다보면 골치가 아파온다. 5살 아들을 둔 워킹맘인 박모(37)씨 역시 가방에 항상 두통약을 넣어 다닌다. 일과 중에는 유리 천장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집에 와서는 집안일로 잠시도 앉아 쉴 틈이 없다. 최근에는 주택 문제로 신경을 쓰면서 자연스레 두통약을 찾는 횟수가 늘었다.

일생 동안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증상 중 하나가 두통이다. 머리 부분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통증을 일컫는 두통은 오랜 기간 인류를 괴롭힌 증상이기도 하다. 기원전 3000년경 고대 바빌론 문서와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에도 언급돼 있을 정도다. 현대인에게, 특히 여성들의 두통은 어느새 만성 질환이 돼 버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편두통은 여성이 남성 보다 2.5배 많아

두통은 크게 뇌의 구조적인 이상 없이 증상만 나타나는 긴장성 일차성 두통(긴장성 두통, 군발성 두통 등)과 뇌수막염이나 뇌졸중, 뇌종양 등 특정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이차성 두통으로 크게 나뉜다. 일차성 두통은 ‘불편한 두통’, 이차성 두통은 ‘위험한 두통’이라 보면 큰 무리가 없다.

일차성 두통에 속하는 편두통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편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이들은 여성(36만1000명)이 남성(14만4000명)보다 약 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환자를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가장 많고, 40대, 30대 순이다. 이는 회사일이나 가사 등 사회ㆍ문화적으로 가장 활동이 왕성한 연령대로, 전체 여성 환자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편두통의 발생 기전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국소적인 뇌 혈류의 감소나 삼차신경의 기능적 변화, 뇌 속의 화학물질인 세로토닌의 농도 변화 등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력이나 음식, 스트레스 외에 호르몬의 변화 또한 편두통을 유발하는 대표 인자로 알려져 있다.

여성호르몬과 편두통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가임기 여성에서 유병률이 높고 일부 여성은 월경 때 편두통이 발생하기도 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편두통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임기·월경중기 등 에스트로겐 원인 추정

효과적인 두통 치료를 위해서는 적절한 약물 요법으로 통증을 완화시키면서, 두통의 빈도와 강도, 지속시간을 줄이는 예방요법이 병행된다. 특히 여성 환자는 상황을 고려한 치료가 더욱 필요하다. 월경주기와 관련된 편두통을 겪는 여성은 아세트아미노펜과 아스피린 등을 치료약물로 사용해 급성기 치료를 하고, 때에 따라 두통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간에 국한해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 등을 5~7일에 걸쳐 유지하는 단기예방 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

또 많은 여성이 임신 중 편두통이 호전되는 경과를 보일 수 있으므로 이때는 비약물적 치료가 우선 권장된다. 다만 임신 초기 3개월이 지난 시점까지도 호전되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간혹 모유 수유 중 편두통이 생길 수 있는데, 모유 수유가 편두통 치료에 긍정적 효과를 보인다는 보고들이 있어 가급적 모유 수유를 지속하고, 필요에 따라 약물을 투여하게 된다. 약을 복용한 후에는 24시간이 경과해 수유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박기덕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맥박이 뛰듯이 ‘욱신욱신’ 또는 ‘지끈지끈’거리는 통증이 반복적으로 느껴지고 빛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메스꺼움, 일부 편두통이 오기 전 눈앞에 점이 깜빡이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편두통을 의심해야 한다”며 “편두통은 생명에 치명적인 질병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므로, 적극적인 치료로 만성 편두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올바른 생활습관 유지를 통해 잘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병 두통 가벼운 증상이지만 방심 금물

비단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두통은 국민병이라 불릴 만큼 흔하게 발생한다. 대한두통학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두통을 경험하고, 여성의 경우 66%, 남성은 57%가 1년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의 두통을 겪는다고 보고되고 있다.

두통은 뇌를 둘러싼 뇌막이나 혈관, 근육, 신경분지들이 여러 원인에 의해 수축, 확장하면서 말초 신경이 자극되고 이러한 자극이 중추신경계로 전달돼 나타난다. 환자들은 주로 ‘머리가 아프다, 띵하다’라고 호소하는데, 두통의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인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 보통 수일이나 수주 내에 회복된다. 다만 두통이 갑자기 심하게 발생한 경우, 고열이나 구토, 편마비, 발음 이상, 의식 변화 등을 동반한다면 뇌졸중이나 중추신경계감염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때문에 평소에 각별한 주의를 요하며 두통 발생 시 속도나 주기 등 양상을 잘 살펴야 한다.

박 교수는 “두통은 대개 심리적인 원인이 커, MRI나 CT와 같은 검사가 필수적이지는 않다”면서도 “이전에 없었던 두통이 심하거나 두통과 함께 갑작스런 한쪽 팔다리의 마비나 언어장애, 고열, 구토 등이 나타날 때는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또 “상당수의 사람들이 두통이 생기면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해 약물을 복용하는데, 이 경우 약물 부작용과 오남용이 생길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약물 의존성 두통이 발생해 원래 갖고 있는 기존 두통보다 더 심한 두통으로 악화되므로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