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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독자가 늙어간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20,30대 여성들이 주도했던 소설시장이 40,30대로 독자층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2000년대 말까지 20대가 주도했던 소설은 2010년대 중반까지 30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오다 지난해부터 40대로 바톤 터치가 이뤄졌다. 소설 독자가 늙어가고 있다.



▶지난 7년간 무슨 일이 있었나=2008년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였지만 소설의 황금기였다.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을 비롯, 백영옥의 칙릿소설 ‘스타일’,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까지 한국소설은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 이 시기 소설의 주 독자층은 20대였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88만원 세대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20대를 위한 위로와 희망을 담은 소설이 큰 사랑을 받았다. 해외작가로는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기욤 뮈소 등이 20대 여성들의 예민한 감수성에 다가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런 분위기는 2010년으로 들어오면 달라진다. 30대가 무대 중심으로 이동한다. 김혜남 씨의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가 2009년 돌풍을 일으키면서 불안한 30대가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소설에선 미디어셀러가 붐을 일으켰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덕혜옹주’‘성균관 유생들의 나날’등이 소설 베스트셀러 1~3위를 기록한 가운데 30대 여성(23.%)이 20대 여성(18.6%)를 넘어 1위에 올랐다. 3020으로 흐름이 바뀐 것이다.

‘도가니’‘뿌리깊은 나무’‘엄마를 부탁해’가 베스트셀러를 장식한 2011년에는 또 한번 변화가 일어났다. 30대 여성(23.9%)의 뒤를 이어 40대 여성이 19.2%로 소설 구매비율 2위를 차지한 것. 3040시대가 열린 것이다. 20대 여성은 16.5%로 40대와 2.6%포인트 차로 3위로 밀렸다.

2012년부터는 40대 여성의 진격이 시작된다. 20대와 차이를 더 벌이고 30대와 간격을 좁히며 1위를 위협해나가는 양상을 띠었다. 2012년 연령, 성별 소설 구매비율을 보면, 40대 여성은 20.7%로 20대의 14.6%보다 6.1%포인트 차가 벌어진다. 또 30대(22.8%)와 2.1%포인트 차를 보이며 전년도 4.8%포인트 차를 줄였다.

이 해에는 ‘해를 품은 달’‘은교’가 큰 사랑을 받았다.

2013년 40대는 30대와는 1.5%포인트 차로 줄였으며, 2014년에는 0.2포인트로 바짝 추격했다.

2015년엔 전세가 역전돼 40대(23.9%) 여성시대가 열린다. 30대 여성을 2.6%포인트 따돌리고 1위에 등극한 것이다. 20대(9.6%)와는 14.3%포인트나 벌어진다. 올해 상반기엔 30대와의 차를 더 벌리며 40대가 우위를 굳혀나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2000년대 우리 소설 시장을 주도했던 한 축인 30대여성 독자층이 40대로 편입되면서 벌어지는 양상으로 보인다. 또한 20대 독자층의 경우, 30대로 수평이동했으나 10대 독자들은 20대 독자층으로 편입되지 못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20대의 몰락, 소설의 미래는?= 지난해 여름, 페이스북 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소설의 선호도’ 조사를 보면, 주 응답자인 20,30대의 경우, 외국소설(52.1%) 구입 비중이 한국소설(47.9%)보다 높았다. 이들은 한국소설을 구입하지 않는 이유로 ‘관심이 없다’(28.6%),‘재미 없음’(16.2%), ‘해외소설 선호’(11.0%), ‘다른 장르 선호’(10.4%), ‘선호 작가 부재’(9.7%) 등을 꼽았다.

이는 지난해 소설 1,2위를 차지한 소설이 ‘오베라는 남자’와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20대 독자들에게는 한국소설이 재미 없고 무겁고 다양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외소설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20대 독자층이 줄고 있는 데에는 ‘M(모바일)세대’라는 점도 무관치 않다. 책을 읽기보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라이프를 즐기는게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웹소설을 소비하는 주 독자층이 이들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20대의 취업난 등 경제적 이유도 책 구매율에 다소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20대의 소설 이탈은 지난해 정점에 달했다. 2014년 13.0%에서 2015년 9.6%로 급락,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지난해 한국소설의 부재와 시류에 민감한 20대들이 ‘신경숙 표절 사태’에 실망해 등을 돌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20대 구매율이 9.9%까지 뛴 것은 고무적이다.

한국소설시장은 20대를 얼마나 끌어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비가 하반기 창간할 젊은 문예지는 이런 고민의 일단을 담고 있다. 기존의 문예지로는 다양한 문학 조류와 경향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고 젊은 창작자들의 발표공간이 충분치 않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 문예지는 시,소설, 평론, 산문 뿐만 아니라 르뽀와 만화 등 다양한 쟝르를 아우른다는 방침이다.

몇몇 출판사들이 포털과 함께 형식 파괴의 소설공모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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