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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김영민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광산에 ICT를 입히자”
2010년 칠레 산호세 구리광산 붕괴사고를 다룬 영화 ‘33’이 최근에 개봉했다. 지하 700m 아래 매몰된 광부 33명이 42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에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붕괴이후 이들의 생사를 확인하기까지 무려 2주일이 걸렸다. 광부들이 갇힌 지하 동공(洞空) 위치를 찾기 위해 지반에 일일이 수백 개의 구멍을 뚫어 확인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족과 광산 관계자들은 생지옥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광부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 그들의 고통은 훨씬 줄었을 것이다.

전 세계 광산은 현재 광체의 심부화, 저품위화를 겪고 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개발은 해야 하니 광산은 점차 지하로 들어가는 추세다. 깊이 파내려가다보니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천문학적인 비용과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때문에 작업자와 장비의 위치를 확인하고 사고위험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통신설비 구축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오지에 있거나 산과 바다에 가로막혀 있는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통신설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지하로 수십 킬로미터 이상 이어지는 원통형 갱도는 통신음영이 발생해 GPS와 같은 지상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광산에 최적화된 기술만 개발된다면 혹시 있을지 모르는 대형사고로부터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광산에 원격통신기술, 즉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를 적용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와 중소기업 빅파워 솔루션이 개발한 실시간 원격관리시스템이 그것이다. 현재 특허출원을 마치고 석회석 광산인 대성MDI와 성신미네필드 등 2곳에 설치하여 운영 중이다. 갱내 무선주파수를 내보내는 중계기를 설치해 지상에서 이를 감지하고 실시간으로 작업자와 장비의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이 장치를 활용하면 작업자의 입출갱 기록을 자동으로 관리하고 작업자의 위치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주어진 단말기를 소지한 작업자들은 작업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고 위급상황 발생 시에 신속하게 구조요청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날 작업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생산물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세계적 광산기업 리오틴토(Rio Tinto)는 2000년대 초 호주 얀디쿠지나 광산에 파격적인 생산방식을 도입했다. 24시간 이동하는 22대의 무인트럭에 ‘위성항법장치’를 달고 1,500km 떨어진 사무실에서 원격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원격조정으로 광산자동화를 실현한 리오틴토는 생산성을 높임과 동시에 광산 운영비용도 절감했다.

불가리아에 있는 유럽 최대의 구리광산도 생산공정에 원격조정방식을 도입해 생산량을 53%나 늘렸다. 구리가격 하락으로 파산직전에 놓였던 이 광산은 생산원가의 30%를 절감하며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었다.

광산과 ICT의 만남은 전 세계 산업계에서 주목하는 원가절감을 실현했다. 무엇보다 작업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바가 크다. 세계적인 광산장비업체인 샌드빅과 캐터필러는 작업자의 안전과 생산성을 강조하며 광산자동화를 위한 설비를 내놓고 있다. 광업이 우세한 호주에서는 일찌감치 정부차원에서 원격조정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광산을 장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첫 발을 뗀 수준이지만 기술력만 있다면 미래는 밝다. 이미 우리는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보일러 전원을 켜고, 잊고 나온 전등불을 원격으로 조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우수한 원격통신기술을 통해 작업자의 안전과 수익창출을 이루는 날이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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