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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역 10번 출구, 폭력·위협 난무…SNS엔 ‘묻지마 살해’ 모의까지
[헤럴드경제=송형근 기자] ‘묻지마 살인’으로 희생된 20대 여성을 추도하는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 추모 현장이 일부 시민에 의해 변질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 직후, 시민들은 강남역 10번 출구 일대에서 피해 여성을 추모하고 있다. 일대엔 손편지, 포스트잇, 화환 등이 지하철 출구를 뒤덮었다. 연일 추도객들이 찾아와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시민들 가운데는 가해자가 여성을 노렸다는 사실에 착안, 사회에 뿌리깊은 ‘여성 혐오’가 분출된 사건이라 해석하고 있다. 다른 이들은 ‘이번 살해사건을 남혐, 여혐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건 옳지 않다’라는 주장을 피면서 추모 현장이 졸지에 토론장이 돼 버렸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20일 핑크코끼리 탈을 쓴 한 남성은 ‘육식동물이 나쁜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동물이 나쁜 겁니다 …선입견 없는, 편견 없는 주토피아 대한민국. 현재 세계 치안 1위지만 더 안전한 대한민국 남·여 함께 만들어요’란 내용의 화이트보드를 들고 현장에 나타났다. 일부 시민은 이를 향해 “일간베스트 회원이다”라는 주장을 피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22일에는 복면을 쓰고 1인 시위를 벌이는 한 여성이 위협 당한 일도 벌어졌다. 이 여성은 ‘남혐, 여혐 싫어요!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요. 서로 비난하는 건 옳지 않아요’라는 문구가 새겨진 피케를 들고 있었다. 위협적인 현장 분위기에 울음을 터트렸다. 격앙된 분위기는 다수의 시민에 의해 촬영돼 SNS로 퍼져나갔다. 공개된 영상 속에선 염색을 한 여성이 복면을 쓴 채 시위 중이던 여성의 복면을 벗겼다. 이어 시위하는 여성을 밀치고 위협했다.
[사진=오늘의 유머 캡처]

온라인상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상당수 네티즌은 ‘남성 혐오‘로 시위 양상이 변질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극단주의 여성커뮤니티는 이번 살인 사건을 계기로 ’남성 혐오‘를 더욱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워마드’라는 커뮤니티는 19일 트위터를 통해 남성을 향한 ‘묻지마 살인’을 계획하자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사진=워마드 트위터 캡처]

한 심리전문가는 “어느 한쪽으로 몰고 가거나 특정 집단에 대한 공격성이나 증오를 유발하는 형태가 되면 사건의 성격이 왜곡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라며 현 상황을 지적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22일 프로파일러 5명이 구속된 피의자를 면담한 결과, 조현병(정신분열증) 증세에 의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피의자가 체포 직후 “여성에게 무시당해 화가 났다”고 진술해 여성 혐오 범죄로 추정됐지만 정밀 조사에서 정신질환에 따른 범죄로 판명됐다는 것이다.

s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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