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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자 다이제스트] 나는 여기에 연설하러 오지 않았다 外
▶나는 여기에 연설하러 오지 않았다(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민음사)=마술적인 이야기꾼 마르케스가 드물게 청중을 향해 연설했던 글 모음집이다. 문학과 인생, 세상에 대한 그의 소박하고 솔직한 목소리가 울림을 준다. 낯모르는 청중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작가의 태도는 허세나 꾸밈이 없다. 어떤 수상식장에 참석하지 않기 위해 병에 걸리려 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얘기는 미소를 머금게 한다. 학창시절에 일간지 문학지면에 실린, “글을 쓸만한 젊은이가 없다”는 기사를 보고 뭔가 보여주기 위해 후다닥 단편을 써서 보낸 게 글을 쓰게 된 계기라는 고백, 오랫동안 머리속에서 이야기를 굴리며 작품을 구상하는 실례를 보여준 어느 마을의 몰락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연설의 하이라이트는 당시 라틴 아메리카가 처한 현실을 고발한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 ‘라틴 아메리카의 고독’. 동향 출신 소설가이자 친구인 알바로 무티스와의 익살스런 우정 속에 2년전 타계한 작가의 육성이 구수하게 들린다.
 

▶거울로서의 자전과 일기(김윤식 지음, 서정시학)=칼 융은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걸 싫어했다. 당연히 그의 전기 출간 제의가 왔을 때 크게 망설였다. 그의 비서이자 융 연구소의 탁월한 분석가였던 야훼가 저술을 맡아 진행된 작업은 어린시절의 어떤 부분을 드러내야 됐을 때 융은 더이상 숨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 부분을 직접 집필함으로써 전기가 되어야 할 책은 자서전의 형태가 됐다. 자서전이란 자신이 살아온 여정을 써내려가는 것이겠지만 객관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은게 사실이다. 의도한 게 아니더라도 기억은 왜곡되고 때로 변질되기때문이다. 김윤식 교수가 자신을 되비치는 거울로서의 자전과 일기에 주목, 그 성격을 조명하고 주요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백철, 김동리, 루카치, 가와카미 하지메, 서머싯 몸, 그리고 김윤식 자신의 자전, 김구용의 일기, 이문구, 도쿄일기 등에 더해 그가 소개했던 ‘루카치의 문학론’의 비판적 수용에 관한 글들을 함께 실었다.

▶대통령의 골방(이명행 지음, 새움)=노무현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아 펴낸 소설 ‘대통령의 골방’은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이끌었는가란 의문에서 시작됐다. 그는 노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만난 작가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말을 그는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소설은 대통령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국내 정세의 이슈나 음모, 배후세계의 권력관계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극적인 사건이나 긴장 보다는 직업이 대통령인 인간에 소설은 초점을 맞춘다.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그가 맞닥뜨린 절망을 투명하게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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