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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허니문의 명암
계절의 여왕 5월은 결혼의 계절이다. 곳곳에서 웨딩촬영에 임하는 신부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신혼을 허니문(Honey-moon)이라고 한다. 이 말의 근원과 의미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는 몇몇은 허니문의 ‘moon’을 밤하늘 ‘달(月)’로 직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다는 아니다. 많은 해석들은 달이 커지고 마침내 기울기까지 걸리는 한달(month)을 의미한다며 ‘기간’에 방점을 둔다.

어원은 스칸디나비아의 풍습에 있다. 스칸디나비아 신혼부부는 한 달 동안 꿀이 첨가된 맥주 ‘미드’를 마시는데, 꿀이 정력 증강에 효과가 있고 술이 성적 흥분을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건강한 아이를 낳기를 바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치맥이 아닌 이 ‘꿀맥’ 마시는 풍습을 과거 중국에서 번역하면서 밀월(蜜月)이라 했고, 이 말이 한국에도 들어왔다.

하지만 허니문이라는 말 속에는 뼈가 있다.

한 사전의 ‘의역(意譯)’ 부분은 달이 차올랐다가 기우는 것 처럼 한 달 간 뜨거웠던 부부의 열정이 날이 지나면서 조금씩 줄어든다는 진술을 담았다. 부부의 길은 열정만으로 갈 수 없으며 일정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고 확대해석할 수 있겠다.

‘보물섬’을 지은 영국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허니문이 끝난 이후 상황을 “마음 따뜻하게 거닐 고운 잔디와 오솔길은 점차 사라지고, 닦아내야 할 먼지가 덮힌 길고 큰 길이 묘지까지 뻗어있다”고 묘사한다.

같은 맥락에서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올바른 결혼의 토대는 상호간의 이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해에 있다”는 결혼의 역설을 남긴다. 이 말은 우리 선조들이 신혼부부에게 수천년 강조한 “서로 맞춰서 사는거란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행복은 결혼식만 올린다고 해서 오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결혼을 회피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다. 결혼과 출산을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행복의 재료들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노력이 행복을 낳는 것이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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