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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 별세] 국내 첫 ‘도시계획’ 건축가…한국건축史 큰 족적
여의도·예술의전당 등 설계 주도
임종 직전까지도 손에 설계도면
‘한반도 프로젝트’는 끝내 못이뤄


1969년. 한강 여의도 일대 척박한 땅을 오늘날 금융의 메카로 탈바꿈시킨 ‘여의도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26세의 건축가 김석철<사진>이었다. 한국 건축의 양대 거장인 김중업과 김수근으로부터 모두 사사한 유일한 제자 김석철은 대한민국 최초의 도시계획을 이끌었다.

1974년. 경주 보문호(普門湖)를 중심으로 종합 관광휴양지인 ‘경주보문단지’ 마스터플랜을 짠 것도 막 서른을 넘긴 그였다. 1984년 첫 삽을 뜬 예술의전당 건축물 설계 도면도 김중업, 김수근이 아닌 그들의 제자 김석철의 손에서 나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등 주요 건축물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대한민국 첫 도시계획 건축가이자 스타 건축가였던 김석철 명지대학교 석좌교수(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장)가 오랜 투병생활 끝에 12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1943년 함경남도 안변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1960~1990년대 국내 주요 도시계획 마스터플랜과 건축 프로젝트들 이끌어왔다. 건국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해, 이탈리아 베네치아건축대학, 고려대학교, 중국 칭화대학, 미국 컬럼비아대학 등 세계 곳곳에서 건축 교수로서 활동했고, 현재까지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해왔다.

2000년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 커미셔너로 참가했고, 2004년에는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 특별상을 수상했다. 2013부터 2015년까지 제3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그의 작품은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여의도는 보행공간과 차도를 분리한 원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차들의 도시’가 됐고, 설계안이 변형된 예술의전당은 예술이나 시민을 품지 못한 공간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50대 후반 식도암으로 수술을 받은 후 10여년간 투병생활을 해 온 그는 임종 직전까지도 설계도면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는 인간공동체와 자연의 찰진 교류에서 비롯된 산물”이라는 철학으로 평생을 도시 설계에 바친 고인의 마지막 꿈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통일 이후 한반도를 동북아 평화도시로 만들겠다는 그의 마지막 ‘마스터플랜’은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이 됐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김석동 씨가 고인의 동생이다. 유족으로는 영재(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실장)ㆍ국희ㆍ혜원ㆍ영나 씨 등 1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분향실 1호( 02-2072-2091). 발인은 15일 오전 7시. 장지는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산하리.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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