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700년대 바로크 오페라를 깨우다
-국립오페라단 ‘오를란도 핀토 파쵸’ 연출
-이탈리아 젊은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 인터뷰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젊은 연출가가 젊은 시절 비발디를 깨운다.

국립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하는 ‘오를란도 핀토 파쵸’(18~21일, LG아트센터)’는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의 젊은 시절 오페라다. 1714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초연됐다.

연출을 맡은 건 이탈리아의 젊은 연출가인 파비오 체레사(35)다.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에서 조연출로 탄탄한 경력을 쌓은 연출가 겸 대본가로, 2010년 이탈리아 예시에서 ‘나비부인’으로 오페라 무대에 본격 데뷔했다. 

이탈리아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2012년에는 롬바르디아 오페라 극장에서 ‘라트라비아타’ 연출을 맡으며 촉망받는 젊은 연출가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청교도인’, ‘나비부인’, ‘굴리엘모라트클리프’ 등 굵직한 작품들을 잇달아 성공적으로 올리며, 올해 인터내셔널 오페라 어워드에서 ‘젊은 연출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9일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만난 체레사는 ‘오를란도…’에 대해 “마법같은 사랑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배우, 스태프들과의 첫 협업에 대해서는 “환상적”이었다면서, “한국에 이사오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음은 연출가와의 일문일답. 

이탈리아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어떤 작품.

▶마법적인 요소와 사랑 이야기가 있다. 사랑 이야기는 다른 오페라에서도 접할 수 있지만, 이 오페라에서 제일 독특한 건 마법적인 요소다. 판타스틱하고 비현실적인 세계를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비발디 오페라의 특징을 설명해달라.

▶헨델 오페라는 아리아가 굉장히 길고 규모가 큰 반면에, 비발디는 짧지만 강하다. 특히 비발디 초기 오페라는 비발디가 젊었을 때 지은 곡이라서 음악적 실험이 많다. 많은 요소들이 들어가 있다.

-비발디 후기 오페라와 비교한다면.

▶초기 오페라는 음악이 아기자기한 반면, 후기로 갈수록 은유가 많고 분위기도 무거워지고 진지해진다. ‘택도 아닌’ 사랑 이야기에서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로 옮겨 간다.

-비발디 오페라는 교향곡이나 협주곡에 비해 인기가 없나. 왜 자주 볼 수 없는지.

▶지금 우리가 1800년대 오페라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비발디는 스스로를 교향곡 작곡가라기 보다는 오페라 극 작곡가로 불려지길 바랐다고 한다. 1700년대 오페라는 음악적으로 완전히 다른 방향을 띠고 있었다. 그 시대 오페라는 공연 시간이 5~6시간은 기본이었다. 사람들이 집중해서 오페라를 보는 게 아니라, 식당에서 밥 먹고 수다 떨고 술도 한잔하고 있으면 프리마돈나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하는 식이다. 당시 오페라는 저녁 시간을 즐기기 위한 오락거리였다. 성격 자체가 달랐다.

-바로크 오페라는 대중성이 떨어지나.

▶현재 유럽에서는 바로크 오페라를 발굴해 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비발디의 ‘오를란도 프리오조’ 같은 작품이 최근에야 올려지고 있다. 마스카니, 레온카발로 등 좋은 오페라 작곡가들도 작품 한 두개만 유명하지 나머지는 묻혀 있는 게 너무 많다. 이탈리아에서는 그런 숨겨진 보석 같은 오페라들을 발굴해 무대에 세우려는 추세다. 50년 전만 해도 모차르트 ‘코지 판 두테’는 굉장히 낯선 작품이었지만, 지금은 소극장에서도 공연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같은 작품도 지금은 유명하지만 200년 뒤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유행은 돌고 돈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 연습 장면.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바로크 오페라에서 카스트라토의 역할은.

▶카라파, 벨루티 같은 카스트라토들은 그 시대에 엄청난 스타성을 가졌다. 자기 성에 차지 않으면 무대에 안 올라갈 정도였다. 당시 프리마돈나들을 위한 곡은 모두 카스트라토를 위해 바쳐진 노래들이었다. 현대에 와서 카운터테너라는 새 음역대가 등장하게 됐다. 장점은 남성의 힘과 여성 성악가의 섬세함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에서 마지막 카스트라토를 검색하면 음원을 들을 수 있는데 기분이 묘해질 것이다. 음정도 다 틀리고. 속이 울렁울렁할지도 모른다(웃음). ‘오를란도…’ 초연 때는 아르질라노, 그리포네, 브란디마르테 세 역할을 카스트라토가 했었다.

-극 중 발레리나 김주원의 역할은 뭔가.

▶오를란도가 사랑하는 여인 안젤리카의 환영으로 등장한다. 처음 제작할 때 안젤리카 역할을 할 무용수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국립오페라단에서 한국의 스타급 발레리나를 추천해 줘 너무 좋았다. 원작에서는 안젤리카 등장 부분의 음악이 짧은데, 우리는 이 장면을 더 강조하고 싶어서 마에스트로와 상의해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을 추가했다. 분량도 5~7분 정도로 늘어났다.

-한국 배우, 스태프들과의 협업은 어땠나.

▶정말 환상적이었다. 한국에 이사오고 싶을 정도로(웃음). 단체가 체계가 잘 잡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같이 작업하고 싶다.

am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