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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롭지만 보람찬 길, 젊은 국악 전승자 18인, ‘화음’으로 국민 만난다
[헤럴드경제=함영훈기자] 조선시대 대중 음악은 국악이었다. 모두가 따라 부르고 흥을 즐겼다. 저변이 넓었으니 전승자를 걱정할 것 없었다. 고(故) 김동진 선생이 ‘우리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명언을 남겼던 국악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었다.

20년전 만 해도 전국노래자랑이나 주말 버라이어티 쇼에 국악인 또는 문하생이 출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송소희 정도를 빼곤 국민들이 만나기 어려워져 안타깝다.

송소희가 국악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를 가벼이 볼 수 없지만, 지금도 남들이 가지 않는 국악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수많은 소희의 동생, 소희의 언니, 오빠가 우리 국악의 명맥을 잇는 파수꾼이다.

곁눈질 않고 외길을 걷는 그들을 우리는 ‘전승자’라고 부른다. 국악의 원류와 현대적 감각을 모두 가진 10~30대 젊은 전승자들이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선다.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서도식)은 12일부터 오는 26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전승자시리즈‘ 화음(和音)’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고교생 이정은이 판소리 가락을 아쟁에 옮겨 산조의 구성진 선율을 들려주고 나면, 비슷한 또래 장서현이 등용문 수준의 전승자라고 보기 어려운 가야금 실력을 뽐내며 청년 국악인의 기풍을 보여준다.

국악계의 신동 성시영이 달빛 조요한 밤 가슴 사무치는 피리연주를 하면 김빛나가 아쟁 연주로 춘흥 짙은 밤의 정서를 잇는다.

이제 완연한 국악인의 반열에 오른 ‘득음’ 연주자들은 청출어람의 피리, 대금, 해금, 가야금, 거문고 연주로 국민들의 서정을 한바탕 뒤집고, 요즘 국악계의 스타로 떠오른 성한여름의 아쟁 선율이 시민들을 국악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한다.

이들 젊은 예인은 내일의 명인을 꿈꾸다. 출연진 18명은 고교생 중심의 전승자 마당 ‘등용’, 대학생 대학원생 젊은 국악인들의 연주마당인 ‘지음’, 청출어람의 실력을 완성한 신진국악인들의 무대 ‘득음’으로 나누어 각각 12일, 19일, 26일 시민들을 맞는다.

등용(登龍) 연주자들은 강물들이 만나 큰 바다를 이루듯, 잔잔하지만 큰 여운을 남길 독주곡부터 시작해 화합을 이루는 합주곡을 통해 벅차오르는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지음(知音) 예술인들은 택아의 거문고 풍류와 문화소비자 종자기의 마음, 모두를 아는 연주자들이다. 각 유파의 산조를 알고 듣고, 음악으로서 교감한다는 것이 어떤 선율로 구현되는지 보여준다.

득음(得音) 전승자들은 젊은날 국악 예인으로서, 득음으로 가는 길, 국민과 호흡하는 방법을 두고 숱한 고민을 했던 예술인들이다. 느끼고 겪은 바가 많았기에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아는 정통 전승자 답게 수준높은 예술가의 감성을 오롯이 국민들에게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단측 관계자는 “싱그러운 봄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산조는 여백의 음이 많으며, 무언가를 회상하는 명상곡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다가 중반부에서 갑자기 빨라지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느낌이 들며, 마지막에는 다시 느려지며 끝맺는다. 이렇게 선율의 여백을 중요시하는 산조는 소박하며 고요한 파동이 느껴지는 자연에 가까운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화음’ 공연은 복잡한 소음과 일상의 소란함에 지친 현대인에게 자연의 소리와 어우러져 여유를 찾게 하는 편안하고 아늑한 쉼터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시(詩)적인 코멘트를 했다. 이번 공연의 음악감독에는 이태백 목원대학교 국악과 교수가, 사회는 국악인 박애리가 맡는다.

▶공연일자별 출연진
□12일 등용
피리 박지영 박범훈류 피리산조
대금 강병하 이생강류 대금산조
해금 정세희 지영희류 해금산조
가야금 장서현 김병호류 가야금산조
거문고 선채린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아쟁 이정은 박종선류 아쟁산조

□19일 지음
피리 성시영 박범훈류 피리산조
대금 이승철 이생강류 대금산조
해금 조진용 지영희류 해금산조
가야금 이지언 김병호류 가야금산조
거문고 전현준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아쟁 김빛나 박종선류 아쟁산조

□26일 득음
피리 이승헌 서용석류 피리산조
대금 전윤허 서용석류 대금산조
해금 원나경 서용석류 해금산조
가야금 김민영 백인영류 가야금산조
거문고 정누리 임동식류 거문고산조
아쟁 성한여름 김일구류 아쟁산조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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