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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레킷벤키저 최대주주 ‘은둔의 라이만家’ … 크리스피 크림도 품에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 영국 옥시 본사 레킷벤키저(RB) 최대주주는 독일 재벌가문 라이만家
-라이만家 입양자손 소유 JAB홀딩스, 미 유명 도넛업체 ‘크리스피 크림’ 13억5000만달러에 인수
-오레오쿠키ㆍ지미추구두ㆍ듀렉스콘돔ㆍ캐빈클라인 향수 등…사실상 생활소비재 ‘숨은 강자’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 미국 태생의 세계적인 도너츠 프랜차이즈인 크리스피 크림(Krispy Kreme)이 유럽계 재벌가문에 인수됐다. 인수를 주도한 것은 ‘세계에서 제일 은밀한 재벌가’로 꼽히는 독일계 라이만(Reimann) 가문. 

지난 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독일계 투자사 JAB홀딩스가 13억5000만달러(약 1조5800억원)에 크리스피 크림을 인수했다. JAB홀딩스는 라이만가(家)가 벌이고 있는 다양한 사업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투자회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로 라이만가의 식음료 프랜차이즈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라이만가는 지미추 구두, 오레오 쿠키로 유명한 ‘몬델레즈’, 콘돔 브랜드 ‘듀렉스’, 패션브랜드 ‘캘빈클라인’ 향수, 화장품제조사 ‘코티’ 등 다수의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를 지배하고 있는 생활 소비재 분야의 세계 최강자다. 게다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커피 관련 사업을 벌여왔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크리스피 크림이 더해질 경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라이만 가문을 눈여겨 봐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있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최대 가해자로 지목돼 온 옥시레킷벤키저(RB코리아)의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이하 RB)그룹 역시 이들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만 가문이 95% 소유하고 있는 JAB홀딩스가 투자하고 있는 브랜드들

▶생활소비재 주무르는 라이만家
=라이만 가는 룩셈부르크 소재 거대 투자사 JAB홀딩스(Joh. A. Benckiser Holdings)를 95% 소유하고 있다. RB그룹의 지난해 연간보고서(애뉴얼리포트)에 따르면, 그룹 지분의10.5%를 JAB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의결권의 8.93%가 라이만가의 몫이다. JAB홀딩스는 매사추세츠파이낸셜서비스(5%)와 함께 RB그룹의 3%이상 의결권을 보유한 유일한 주주다. JAB홀딩스가 소유한 RB그룹의 지분가치는 지난해 말 63억3322만유로(8조4455억원)로, 한해 전인 51억2770만유로(6조8379억원)보다 23.5% 뛰었다.

RB그룹의 작년 매출은 88억7000만파운드(14조9853억원)를 기록했다. 201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대비 0.43%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7억4500만파운드(2조9500억원)로 같은 기간 45.92% 급감했다. 영국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매출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것에 비해 순이익 낙폭이 컸다”고 평가했다. 영업이익은 23억7400만파운드(4조107억원)로 집계됐다. 

가습기살균제 최대 가해자로 지목되는 RB코리아의 영국 본사 RB그룹의 제품들

영국 버크셔 주 북동부 공업도시 슬라우(Slough)에 본사를 둔 RB그룹의 총 직원 수는 3만7200명이다. 지난해 1인당 평균 직원 보수는 2만4811파운드(4200만원)였다. 그러나 라케시 카푸어(Rakesh Kapoor) 최고경영자(CEO)의 보수는 358만파운드(60억4820만원)에 달했다.

국내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망자 146명(정부 확인) 중 103명에게 책임이 있는 RB그룹은 2014년 7월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인 심수옥 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화제가 됐다. 옥시 영국 본사의 한국인 임원 선임은 최초다. 기업임원 전문 정보업체 이퀴러에 따르면, 심수옥 이사의 보수는 8만251달러(9397만원)으로 추산됐다. 
영국 RB그룹이 2014년 최초의 한국인 사외이사로 선임한 심수옥 씨. 마케팅 전문가로서 인도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라이만, 美 크리스피크림도 인수=라이만 가문이 이끌고 있는 JAB홀딩스는 최근 미국 유명 도넛 프랜차이즈 ‘크리스피 크림’을 13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블룸버그뉴스는 “억만장자 라이만 가문이 커피에 이어 도넛을 ‘라이만 제국’에 추가했다”고 전했다.

앞서 라이만 가문은 세계적인 커피체인을 공격적으로 인수해왔다. 지난 4년동안 커피사업에 쏟아부은 자금만 300억달러에 달했다. 2012년에는 미국 커피 체인 ‘피츠 커피앤티(Peet’s Coffee&Tea)’와 ‘캐리부(Caribou)'를 각각 3억4000만달러, 10억달러에 사들인데 이어 2013년에는 네덜란드 커피전문회사 DE마스터블랜더스를 76억유로에 매입했다. 피츠는 다시 포틀랜드 로스트 커피로 유명한 ‘스텀타운 커피 로스터스(Stumptown Coffee Roasters)’ 지분 100%를 지난해 인수했다. 같은 해 JAB홀딩스는 캡슐커피머신 회사인 '큐리그그린마운틴(Keurig Green Mountain)’을 커피업계 사상 최대 가격인 139억달러에 사들였다.
JAB홀딩스가 최근 인수한 크리스피 크림

블룸버그뉴스는 커피와 도넛사업 합체로 크리스피 크림이 글로벌 최대 커피제국인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페터 하프(Peter Harf) JAB홀딩스 CEO는 “크리스피 크림이 우리의 장기적인 집념과 지원으로 전설적이고 유일한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업계 분석가는 “JAB홀딩스가 천천히 커피 브랜드 시장을 넘어 식음료 시장 전체를 장악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은밀한 라이만 가의 실체=라이만 가문은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부자 집안으로 꼽힌다. 가족 일원들은 각종 시장조사기관과 언론기관이 집계하는 부호 순위에는 등장하지만, 사업 일선에서 활약상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얼굴도 많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

재벌가로 표현했지만, 라이먼 가의 구성이나 비즈니스 철학은 아주 독특하다. 대대로 회사를 소유하고 경영하는 일반적인 재벌가문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대대로 이어져온 가칙과 연관이 있다. 라이만 가는 자손들에 회사 주식을 물려받는 대신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18살이 되면 공적인 일에 가능한 한 관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야 한다. 현재 JAB홀딩스는 페터 하프, 바트 베흐트(Bart Becht), 올리비어 고뎃(Olivier Goudet) 3명의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 
JAB홀딩스 전문경영인 3인방. 페터 하프(왼쪽부터), 올리비어 고뎃, 바트 베흐트

라이만 가문의 총 자산은 약 190억달러(22조2500억원)로 추산된다. 가족 구성원 중 볼프강 라이만(63), 마티아스 라이만(50), 슈테판 라이만(52), 레나테 라이만(64), 안드레아 라이만(59) 등 5명이 세계 부호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0억달러대 자산으로 가문에서 ‘가장 덜 부유한’ 인물이자 미국시민권자인 여성 안드레아를 제외한 4명의 개인 자산은 33억달러(3조8643억원ㆍ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로 평가된다. 안드레아는 2003년 JAB홀딩스의 지분을 매각하고 현재 12억달러(1조4052억원)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 5명 모두 입양아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양아버지였던 가문의 두 번째 승계자 알버트 라이만(Albert Reimann)의 9명의 입양자식 중 5인이다. 이들 외의 4명은 갖고 있던 회사 주식을 5명에게 넘기면서 JAB홀딩스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왔다.

생활세제에서 위생용품, 커피에서 도넛ㆍ쿠키 식음료, 구두에서 재킷ㆍ향수까지…. 경기불황에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생활소비재 산업에 집중투자해 글로벌 지배력을 높여가는 라이만 가. 국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으로 유럽 최대의 은밀하고 독특한 부자가문의 밀실경영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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