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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형 ‘한 층 백화점’ 통했나…초미니 백화점 순항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지난달 ‘젊음의 거리’ 홍대에 잇달아 문을 연 초미니 백화점들이 불황의 와중에도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순조로운 출발을 해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25일 문을 연 롯데백화점의 ‘엘큐브’는 한 달여 동안 목표 대비 140%의 실적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한 달여의 기간 동안 올린 매출은 8억여원. 10만명이 방문해 2만명이 구매를 했다. 젊음의 거리에 위치한 매장답게 가장 매출이 높은 브랜드는 ‘라인프렌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캐릭터들을 내세워 다양한 소품을 선보이고 있는 라인프렌즈는 홍대 상권에서는 엘큐브에만 매장이 있다. 라인프렌즈는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키덜트 상품을 여성들에게도 통하게 만든 브랜드다. 특히 메신저 라인이 일찍부터 아시아 진출을 해 외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덕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라인프렌즈에 버금가는 인기 매장은 화장품 편집매장인 ‘라코스메티끄’다. 실속형 화장품을 찾는 젊은 고객들이나 K-뷰티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엘큐브는 홍대 상권을 타깃으로 한 매장답게 젊은 고객 비중이 절대적이다. 20대, 30대 고객이 전체의 80%이고, 20대 고객의 매출 비중은 50% 이상이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홍대가 명동이나 동대문 못지 않은 명소로 이름을 날리면서, 외국인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매출 비중은 전체의 30%로,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는 소공동의 본점 보다도 외국인 매출 비중이 10% 이상 높다.

AK플라자가 지난달 8일 홍대 와이즈파크 4층에 연 ‘태그 온(Tag On)’도 외국인이나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태그온은 오픈 3주간 목표보다 120%를 상회하는 실적을 올렸다. 20~40대 여성을 타깃으로 잡았지만, 자유여행으로 홍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태그 온은 홍대를 즐겨 찾는 20~4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느라, 처음부터 ‘가성비’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바이어가 제조업체를 직접 찾아가 최고의 가성비 상품만을 골라 입점시켰다. 명품 브랜드부터 병행수입 상품까지 바이어가 직접 선택하며,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발빠르게 선보인다는게 장점이다. 의류나 잡화 등은 가격대가 2만~5만원대다.

태그 온과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가로수길의 ‘오피셜 할리데이’는 디자이너와 AK플라자가 협업해 선보이는 독자적인 스타일의 라이프스타일 매장이다. 18명의 디자이너와 AK가 협업을 통해 의류나 생활소품 등을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해,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제품들이 많다. 가격대도 의류가 4만~20만원 선으로, 해외 브랜드의 편집 매장보다 합리적이다.

오피셜 할리데이는 연면적 1029㎡의 5개층으로 구성된 매장으로, 패션 편집매장 외에도 최고급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과 플라워매장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췄다.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친 감성적인 상품들을 앞세운 오피셜 할리데이는 지난달 7일 개장한지 3주만에 4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젊은 고객은 물론, 최근 강남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 요우커들이 특히 주목했다. 오피셜 할리데이는 오는 2018년까지 백화점 입점을 포함해 총 4개의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엘큐브나 태그 온, 오피셜 할리데이는 모두 ‘한 층 백화점’을 한국식으로 풀어간 ‘초미니 백화점’이라 할 수 있다.


‘한 층 백화점’은 수십년째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백화점들이 2~3년여 전부터 선보이고 있는 신개념 매장이다. 사무실 등으로 쓰던 기존 건물의 한 층만 빌려서 매장을 차리는 것으로, 그 건물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상품 구성(MD)을 선보이는 식이다. 이세탄이 처음 시작한 ‘한 층 백화점’은 일본과 비슷한 장기 불황기에 접어들고 있는 국내 유통가에서도 ‘틈새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한 층 백화점이라기 보다는 상권 맞춤형 미니 백화점에 가깝다. 쇼핑몰의 한 개 층만 쓰고 있는 태그 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체 건물을 유지하고 있고, 홍대나 가로수길 등 주변 상권을 고려한 MD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화점이 ‘백가지 물건을 판다’는 개념을 포기하고 상권을 자주 찾는 타깃에 따라 가격대부터 품목까지 제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형 한 층 백화점’의 초기 모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불황 타개책으로 ‘선택과 집중’을 택한 미니 백화점들의 순항이 주목받는 이유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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