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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공은 둥글다
레스터시티의 동화같은 우승이 무엇보다 반갑다. 바다 건너 낯선 팀의 돌풍이 해피엔드로 끝난 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기 적잖기 때문이다.

레스터시티는 ‘공은 둥글다’란 스포츠의 진리를 다시 확인했다. 반면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또 다른 진리도 배반했다.

레스터시티의 프리미어리그(EPL)우승 뒤엔 명문 첼시의 몰락과 대비돼 극적이다. 2015-2016시즌이 시작되기전 도박사들이 예상한 이번 시즌 EPL 우승팀은 디펜딩 챔피언인 첼시였다. 하지만 첼시는 지리멸렬속에 한때 강등권 위기에 몰렸고, 시즌중 명장 무리뉴가 경질되고 히딩크가 소방수로 투입되는 등 곡절을 겪었다.

우승확률 5000분의 1이었던 레스터시티의 우승을 이끈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무리뉴의 몰락을 배경으로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다. 라니에리 감독은 “부자구단이 항상 강팀이 되고 우승해 왔다”며 “레스터시티가 다시 우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레스터시티의 기적이 한번으로 끝난다해도, “우리는 슈퍼스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선수가 필요한 것”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라니에리 리더십은 영원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7월 라니에리가 레스터시티 지휘봉을 잡을 때만해도 “레스터시티가 성격 좋은 감독을 원했다면 제대로 찾았지만 EPL 잔류를 시킬 감독을 찾는다면 잘못 찻은 것”이란 혹평이 나왔다. 하지만 선수단에 피자를 돌리고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존중하는 등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지하실같은 팀’ 은 ‘수영장을 갖춘 빌라에 사는 팀‘들을 압도했다.

무리뉴는 2004년 당시 첼시감독이었던 라니에리가 경질되자 후임으로 부임,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무리뉴는 “라니에리가 첼시에서 루저였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는 조롱까지 했다.

허창수 GS회장이 라니에르와 무리뉴는 비교한 적이 있다. 지난 2월 신임 임원과 만찬자리에서다. 허 회장은 “라니에리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선수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골을 넣어 승리하는 방법에 대해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해 왔다”며 “레스터시티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챔피언십에 머물던 팀이었지만, 올해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바라보는 최강의 팀이 됐다”고 밝혔다. 반면 “무리뉴는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플레이하지 않았다며 침체의 원인을 선수들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고 대비했다. 허 회장은 “리더란 조직이 나갈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향해 전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는 사람”이라며 “리더는 본인이 아니라 함께 하는 구성원들을 통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는 이젠 새삼스럽지 않다. 장기저성장 국면에 돌입, ‘잃어버린 세월’이 오래될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금수저, 흙수저’는 한국사회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됐다. 위기를 얘기하고, 몸집을 줄이는 식의 대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도 흙수저’란 비관이 전염되고 있는 때, ‘흙수저팀’의 우승과 라니에리 리더십이 떠오르는 건, 더욱 더 반갑고 고맙기까지 한 일이다. 

전창협 산업섹션 에디터/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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