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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100% 덴마크 가족기업 '레고' 4세 경영체제로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 세계 최대 장난감 회사 레고(Lego)가 조만간 4세 경영체제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레고의 부회장이자 최대주주인 크옐 키르크 크리스티안센(Kjeld Kirk Kristiansenㆍ68)은 지난 27일(현지시각), 자신의 뒤를 이을 후임자로 그의 아들 토마스 키르크 크리스티안센(Thomas Kirk Kristiansenㆍ37)을 지명했다. 

크옐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레고 부회장(오른쪽)과 아들 토마스 키르크 크리스티안센

토마스는 곧 레고의 부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2007년부터 이어진 크옐의 마지막 지분권 승계 작업으로 풀이된다. 앞서 크옐은 회사에 대한 자신과 아들의 권한을 공고히 하기 위해 여동생의 회사 주식을 매입한 바 있다.

나아가 크옐은 레고사의 지분 25%를 보유한 레고재단의 회장자리도 아들에게 승계할 계획이다. 나머지 75%를 쥐고 있는 지주회사 키르크비(Kirkbi) AS에선 당분간 회장직을 유지하지만, 현재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키르크비AS의 지분을 토마스를 포함한 세 자녀와 공동소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레고는 키르크가(家)가 사실상 지분 100%를 지배하고있는 구조를 창업자 4세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80년째 비상장 가족기업의 형태도 유지한다. 

토마스의 이름이 적힌 레고 인형. 뒷면에는 그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계정이 적혀 있다.

아들에게 후계를 물려주기로 선언한 크옐 부회장은 자산 97억달러(약 11조60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포브스가 선정한 덴마크 1위 억만장자다. 

부의 원천은 당연 레고다. 목수 출신 창업가인 할아버지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Ole Kirk Christiansenㆍ1891-1958)으로부터 대대로 가업을 물려받았다. 멀린 엔터테이먼트(Merlin Entertainmentsㆍ이하 멀린)의 지분율도 30%로, 사실상 최대주주나 마찬가지다. 멀린은 레고랜드, 마담투소 밀랍인형 박물관, 런던아이 관람차 등을 운영하는 그룹으로, 월트디즈니에 이어 세계 2위 테마파크로 평가된다.

레고의 다음 주인으로 올라서게될 토마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140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는 레고를 더 큰 글로벌 회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다만 그는 “레고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선 구체적인 신념을 갖고 있지만,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레고는 경영위기로 몸살을 앓은 2004년, 25년 동안 회장자리를 지키던 크옐이 경영선에서 물러나면서 “오너가족과 경영을 철저히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후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대신, 레고와 레고재단, 키르크비 AS를 관리감독할 역량을 갖춘 한 사람을 가문에서 한 명 선출해 부회장을 맡기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

레고 우주세트 팀 블루
토마스 역시 어려서부터 레고 장난감과 친숙했다. 특히 해적과 우주놀이 세트의 광팬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스무 살이 될 때까진 다른 회사 취업을 알아볼 정도로 레고의 경영권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 1990년대 후반, 전세계에 불어닥친 전자오락과 컴퓨터게임의 성공은 이런 그의 생각을 바꿔놨다. 아이들의 관심이 블록 장난감보단 전자오락으로 급격히 이동했고, 때마침 아시아지역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레고는 막대한 손실을 보기 시작했다.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회사에 도움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토마스는 레고그룹의 임원으로 경영에 뛰어들었다.

당시 레고는 사모투자펀드 그룹으로부터 매각 제안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었다. 크옐은 제안을 거절하고, MIT대학 미디어팀과 협업해 로봇 만들기에 용이한 코딩 프로그램 ‘마인드스톰’ 시리즈를 개발해 월트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과 제휴를 맺으면서 반등에 박차를 가했다. 

2004년 크옐의 바통을 이어받아 CEO가 된 매킨지 전 컨설턴트 외르겐 비 크누드스토르프(Jorgen Vig Knudstorp)가 레고를 다시 성공가도로 올려놓았다. 

현 레고 CEO 외르겐 비 크누드스토르프

비결은 강력한 구조조정이었다. 레고랜드 지분의 70%를 블랙스톤에 매각하는 등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동유럽으로 공장을 이전해 인건비를 줄였다. 

또 레고에 ‘스토리’를 입히는 전략을 취하면서 어른 고객까지 사로잡았다.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을 인형으로 만들고, 2014년 아예 레고 시리즈 장난감을 스톱 모션으로 영화화한 ‘레고무비’를 제작해 북미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1932년 나무를 깎아 제품을 만들던 레고는 불과 80여년만에 장난감은 물론, 게임과 로봇산업, 출판, 의류, 미디어와 테마파크로까지 확장된 상태다. 레고의 부활은 실제 브랜드 가치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영국 컨설팅기관 브랜드파이낸스(Brand Finance)는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 기업 2위로 레고를 뽑았다. 레고의 작년 한해 영업이익은 13억9000만달러, 매출은 52억달러로 전년대비 25% 증가했다. 매출은 10년째 증가세를 달리고 있다.

영화 ‘레고무비’ 포스터

레고의 기업이념은 ‘det bedste er ikke for godt’. 우리 말로 ‘최고만이 최선이다’란 의미다. 레고의 4대 승계자 토마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가 부회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이 이념이 지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er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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