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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산 내몰고 수입산 키우는 ‘농기계 융자지원’
내수부진·일본산 공격에 국산 고사위기…일각 “품질·가격서 밀려” 지적도


국내 농기계산업이 수요 부진과 일본 브랜드의 공격으로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일본산 농기계는 우리나라 농기계 융자제도에 편승, 시장점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일 농기계업계 등에 따르면, 농업인구의 고령화 및 경작지 축소로 농기계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브랜드는 저리 융자제도와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잠식 중이다.

농기계 업체들은 원인이 농협의 ‘농기계은행사업’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대동공업, LS엠트론, 국제종합기계, 동양물산 등 국내 4개 농기계업체를 대상으로 최저가입찰 방식으로 농기계를 구매해 농업인에게 판매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2년부터 진행됐다. 


농업인에게 저렴한 가격에 농기계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기계업체들은 최저가 낙찰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매년 자동차처럼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 가격을 올려 응찰하는 수법을 택했다. 이는 가격 상승, 잦은 단종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측은 이와 관련, “최저가입찰은 공공구매 등 정부 조달정책을 유지하는 근간이다. 최저가입찰로 수익성이 안나면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농기계은행사업 이전부터 국내 업체들이 잦은 모델변경으로 농업인들의 불만을 샀다. 그게 누적된 게 현재의 결과”라고 밝혔다.

또 “국산이 디자인과 편의사양 위주 모델변경에 주력하면서 기본기능에만 충실한 외산에 비해 잔고장이 많아진 원인이 됐다”고도 했다.

또 농기계 구입비 융자제도도 일본산의 시장확대를 거들었다는 지적이다. 현재 농협은행을 비롯한 각 시중은행에서연리 2%로 농업인에게 정책융자를 해주고 있다.

반면, 국산 농기계는 일본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해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도 제도상으론 자국산 및 수입제품에 대해 1~1.5% 이자로 융자를 해준다. 하지만 일본은 제품에 대한 성능검사 기준을 까다롭게 함으로써 외국산 진입을 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실효적 상호주의’나 ‘차등 융자제도’가 필요하는 의견도 나온다. 구보다, 얀마 등 일본 업체들은 지난해 농식품부에서 논의되던 차등융자에 대해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공식 항의까지 했다. 또 국내 농업인과 자사 농기계대리점을 동원해 차등융자 도입을 반대하기도 했다. 차등융자는 농기계를 성능, 편의성, 고용창출 및 수출공헌도, 연구개발 등에 배점을 둬 융자율을 조정하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산 농기계의 품질문제도 일본산이 파고드는 빌미를 줬다. 일본산 농기계는 AS의 불편과 국산에 비해 2∼3배 높은 수리비용에도 불구하고 잔고장이 적다는 점과 엔저로 인해 국산과 가격차가 10% 이하로 좁혀졌다는 점, 가격할인 등 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농기계조합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일본 업체들의 트랙터·이앙기·콤바인의 시장점유율이 2005년에는 각각 5%, 10,7%, 9,7%로 10%에 못 미쳤다. 그러난 2014년에는 각각 12.4%, 41.5%, 29.7%로 3∼4배 상승했다.

농기계 대리점주들 얘기로는 체감 시장점유율은 이 보다 배는 높다. 특히, 이앙기의 경우 국산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농기계업계 관계자는 “차등융자 도입건은 일본의 항의로 지난해 12월 이후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이는 국민 세금으로 해외업체를 지원하는 꼴이 되고 있다”며 “일본 업체들이 서비스센터까지 구축하고 있어 농기계시장 잠식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관련 예산 분석 결과 외국산 농기계 구입비중은 2010년 19.9%, 2012년 23.3%, 2014년 27.8%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국내 농기계업체의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과당경쟁, 품질불만에 의한 것이란 지적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산 농기계가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하락해 빚어진 결과”라며 “학계의 지적대로 국내 업체들이 품질은 높이고 가격거품을 빼려는 노력이 먼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그래픽

▷예산 중 외국산 농기계 구입비중(국회 예산정책처, 2015년 분석)

2010년 19.9%→2012년 23.3%→2014년 27.8%



▷일본 농기계 국내 시장점유율 추이(한국농기계조합, 2015년)

연도 이앙기 컴바인 트랙터

2005년 10.7% 9.7% 5.0%

2010년 26.0% 17.5% 9.2%

2012년 36.5% 26.2% 10.2%

2014년 41.5% 29.7%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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