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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학민표 루살카’…시작은 언제나 어렵다
국내 초연 ‘체코판 인어공주’ 드보르작 오페라 ‘루살카’ 직접 연출…환상적 무대배경 등 童話적 미장센으로 승부수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로 통한다. 뮤지컬, 오페라 등 관련 서적을 통해 대중에 먼저 이름을 알렸다.

‘연출가’ 김학민에 대한 평단의 인식은 박한 편이였다. 국내 초연하는 드보르작(1841~1904) 오페라 ‘루살카(28일~5월 1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를 직접 연출한다는 소식에 기대와 우려가 뒤섞였다.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의 연출로 한국 초연 무대에 오르게 되는 신작 오페라‘ 루살카’의 한 장면. 드보르작 특유의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달빛 호숫가를 배경으로 한 동화적인 미장센과 어우러져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아래 작은사진은 마녀 예지바바를 찾아간 루살카.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26일 프레스 리허설을 통해 처음 공개된 오페라 ‘루살카’에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가득했다. 무엇보다도 드보르작 특유의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은 베르디, 푸치니 오페라와는 또 다른 드라마와 서정성으로 귀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연출력과 작품 완성도 측면에서는 다소 평가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극 중간 중간 배우없이 무대가 비워진다거나 장면과 장면 사이 공백은 연출의 빈틈으로 느껴진다. 무대 뒤에서 들려오는 합창은 사운드 밸런스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루살카는 ‘체코판 인어공주’ 이야기다. 안개 자욱한 보헤미안 숲에 살고 있는 물의 정령 루살카가 인간 세상의 왕자와 사랑에 빠지고, 루살카는 마녀 예지바바에게 목소리를 주는 대신 인간이 되지만, 외국 공주에게 금세 마음을 뺏긴 왕자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인간도 정령도 아닌 존재로 저주를 받게 된다. 결국 왕자는 죽고 루살카는 외로운 호수의 품에 안기게 되는 결말이다.

독일 작가 프리드리히 드 라 모테 푸케(1777~1843)의 소설 ‘운디네’가 원작으로, 오페라로는 1901년 프라하국립극장에서 초연됐다.

한국 초연된 ‘루살카’는 김학민 단장 연출 하에 오로지 국내 제작진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안무가 김용걸을 비롯해, 무대디자이너 박동우, 의상디자이너 조문수, 조명 디자이너 구윤영 등이 가세했다. 성악가들의 체코어 발음(Diction) 코치를 맡은 체코 소프라노 레오나 펠레스코바를 제외하면 배우와 제작인이 모두 한국인인 셈이다. 


김학민표 ‘루살카’는 동화적인 미장센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달빛 푸른 호숫가를 배경으로 한 1막에서는 늘어진 버드나무 위에 살아있는 새를 가져다 놓았다. 특히 루살카의 서정적인 아리아 ‘달에게 보내는 노래’와 함께 사막(紗幕) 뒤로 펼쳐지는 정령들의 공중 군무는 환상적인 비주얼을 선사한다. 3막에서는 외롭고 쓸쓸한 루살카를 상징하듯 시린 초승달 아래 황폐해진 숲의 풍경이 그려진다.

아리아는 남성 테너보다 루살카와 마녀 예지바바, 외국공주 등 여성 소프라노가 더 매력적으로 들린다. 특히 예지바바 역을 맡은 메조 소프라노 양송미의 카리스마는 무대를 압도한다.

한국판 ‘루살카’는 초연 작품의 ‘숙명’을 갖고 있다. 향후 재연을 통해 가다듬어진다면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매력적인 오페라 레퍼토리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드보르작 오페라 ‘루살카’에 이어 비발디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5월 18~21일, LG아트센터)’를 초연한다. ‘사계’로 익숙한 비발디 역시 오페라로는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보기 힘들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비발디 초기의 오페라 작품으로, 사랑과 질투, 복수와 분노 등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감정들이 얽히고 설킨 가운데 생동감 넘치고 화려한 바로크 음악의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로베르토 페라타의 지휘로 카메라타 안티쿠아 서울이 연주하고, 파비오 체레사가 연출한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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