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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패를 자산으로 받아줘야 현 경제난 극복”
-10년만에 재기 성공 강동욱 블루텍 대표


대한민국 사회에서 실패는 낙인과도 같다. 특히, 실패 기업인의 재기는 관련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어려운 게 현실이다. 판형열교환기 제조업체 ㈜블루텍의 강동욱(45) 대표도 한 때 실패 기업인이었다.

최근 경남 김해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실패한 이들에게 두번째 도전할 기회를 주지 않는 문화와 제도가 재기를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사회초년병 시절 잘 나가는 대기업의 연구원이었다. 사내 주요 프로젝트를 맡아 성과를 거뒀던 그는 2000년대 초반 자신감과 열정 하나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 인간문화재의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가구를 제작하는 공방을 마련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무언가를 만들고 설계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공방이 적성에도 맞았다. 하지만 2년만에 공방 문을 닫았다.
강동욱 블루텍 대표가 경남 김해 본사에서 자사의 제품인 판형열교환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 대표는  “당시 명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 공방을 만들면 성공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전통가구를 재해석하는 일에만 주력하다보니 시장조사와 마케팅을 몰랐다”며 “제품을 판매할 방법이 없었고, 점점 자금사정이 나빠져 결국 2년만에 폐업했다”고 회상했다.

강 대표에게 실패는 또 다른 배움의 시작이었다. 그의 성실함을 눈여겨봤던 한 중소 금형회사가 재기를 노리던 그에게 대표자리를 맡겼다. 개인회생 절차를 밟던 그는 거기서 3년 동안 경영을 배웠다.

현업에서 얻은 경험은 재기의 발판이 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판형열교환기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판형열교환기는 플랜트, 냉동기, 공작기계 등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하는데 필수적인 장치다. 그러나 국내에선 판형열교환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재창업을 하고 싶었지만 신용회복 중인 처지여서 수단이 거의 없었다. 중진공의 재창업지원자금과 교육 프로그램이 재기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을 하려면 사람도 있어야 하고 아이템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자본”이라며 “창업자금 1억9000만원을 지원받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2014년 재창업에 성공했다. 재창업 첫 해 4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이듬해 10억원까지 뛰어올랐다. 올해 20억원이 예상된다. 블루텍의 직원도 그 새 12명으로 늘었다.

강 대표는 실패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미국에서 수많은 일류기업들이 탄생하는 이유는 실패를 관대하게 바라보는 문화 때문이고 또 실패를 소중한 경험으로 여긴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분위기가 아직 없다”며 “실패를 받아주는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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