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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년만에 트인 말문…‘포스코휴먼스의 기적’
특별한 장애인의 날 맞는 손혜원씨

청각장애 2급 그간 수화로 소통
포스코휴먼스 치료비 등 지원
주 1회 힘겨운 언어치료 1년
마이크 잡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경북 포항에 위치한 포스코휴먼스. 이 회사에서 세탁물 정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손혜원(24) 씨에게 지난해 10월13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손 씨는 청각장애 2급.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하지 못했다. 2012년 입사한 후에도 수화(手話)를 통해서만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손 씨는 이날 동료 직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생애 최초로 말하기에 도전한 것. 그리고 멋지게 성공했다. 손씨의 상사인 최기남 조업파트장은 “그 날 혜원이가 말한 건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단 이 세마디 뿐이었지만 혜원이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너무 감격스러웠다”며 “이 말을 하기까지 그동안 얼마나 아픔을 참고 노력을 많이 했겠나 생각에 혜원이가 대견했다”고 술회했다.

회사의 도움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있는 손혜원(오른쪽) 씨가 동료 직원들과 세탁물 업무를 하고 있다.

장애인의 날을 맞은 20일, 손 씨는 입사 당시를 회상하며 “평상시에는 간단한 수화나 입모양을 보면서 동료들과 대화를 했지만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업무처리를 해야 할 때는 많이 당황했다. 무엇보다 동료들에게 굉장히 미안했고 그러다보니 스스로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손씨에게 일어난 이 같은 기적은 회사의 도움이 컸다.

입사 후 회사의 지원으로 매주 1회 언어치료를 받기 시작하고부터 손씨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회사는 언어치료 전문기관인 포항시 장애인종합복지관과 연계해 손씨의 치료를 도왔다. 모든 치료비를 부담하고, 업무 시간중에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배려했다. 그렇게 약 1년간의 언어치료가 끝나는 날 손씨는 모든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어서였다.

포스코휴먼스는 포스코가 설립한 사회적기업. 전체 직원 415명 중 장애직원 191명을 비롯해 고령자, 저소득층 등 직원이 214명으로 취약계층 고용률이 52%에 달한다. 장애유형 또한 다양해 손씨와 같은 청각장애인을 비롯해 지체, 지적, 정신, 시각 등 총 13개 유형의 장애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회사측은 장애직원을 위한 복리후생과 편의시설도 아끼지 않고 있다. 장애직원을 위한 특수작업의자 등 보조공학기기와 장애인보장구 구입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포항사업장은 엘리베이터와 자동문ㆍ경사로ㆍ점자블록은 물론 휠체어 장애직원 전용 휴식공간, 체력단련실 등 다양한 근무 환경을 갖췄다.

또 장애-비장애 직원간 1대1 멘토링,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사내 직원들의 직업생활상담 등을 통해 장애직원들의 고충을 해결해주고 있다. 정기적으로 지적장애 직원들의 가족을 초청해 회사와 가정이 연계한 장애직원 지원 프로세스도 갖췄다.

포스코휴먼스의 장애직원 지원은 모기업인 포스코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포스코휴먼스 장애직원들은 포스코 및 그룹사의 인사ㆍ노무ㆍ후생 등 사무 지원과 제철소 및 관련 외주파트너사 직원들의 작업복 세탁, 포스코 대표전화 응대, PC장애 헬프서비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허태구 포스코휴먼스 사장은 “장애인 고용은 실질적으로 고용의 키를 쥔 대기업이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더욱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람은 누구나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행복한 내일을 꿈꾸며 살아간다. 포스코휴먼스가 장애직원들에게 이런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일터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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