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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소록도 손님
소록도(小鹿島) 면적은 4.42㎢. 서울 여의도(2.9㎢)보다 조금 크다. 일제 이후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시키던 소록의 뜻은 ‘어린 사슴‘이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찡하다.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고 위험스런 환경에서 상처 입지 않았어도 걸릴 가능성이 매우 낮고, 중환자를 오랜기간 무방비 접촉했을 경우를 제외하곤 전염될 가능성이 희박하며, 환자 부부가 낳은 아이는 탄생 초기 격리될 경우 모두 건강한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자들이 지난 100년 간 겪은 고초는 너무도 가혹했다.

일제는 ’씨를 말리겠다‘며 낙태와 정관수술을 강제했다. 또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한센인들에게 중노동을 시켰고 사망자 시신은 해부 실험에 썼다.



강제 정관수술과 임신중절 수술은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후 재개돼 1990년 전후까지 이어졌다. 80세가 넘은 피해자들은 최근 국가배상 소송 2심까지 모두 이겼다.

강제 단종(斷種)을 용케 피한 환자 부모와 건강한 아이는 생이별을 해야했다. 소록도 수탄장은 환자거주지와 직원숙소 중간에 있는 월1회 부모 자식간 만남의 장소, 탄식의 마당이다.

현재 소록도에서 균 양성자는 9명에 불과하다. 신규 감염환자는 거의 없다. 혹시 걸려도 간단한 치료만 받으면 완치된다. 전염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자원봉사자와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3일 반가운 손님이 소록도를 찾았다. 43년간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돌보던 ‘벽안의 천사’ 마리안느 스퇴거 수녀가 82세 할머니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마리안느 수녀는 오는 5월 17일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행사까지 참석한다.

그가 노벨평화상 후보에 추천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그의 귀환과 수상이 어린 사슴의 마음을 달래줬으면 한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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