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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뮤지컬 ‘뉴시즈’, 뻔하디 뻔한 흥행 공식을 버리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단 한명의 주연배우에 기대지 않는다. ‘나가수(나는 가수다)’에 나온 것 마냥 고음의 한계를 시험하는 넘버도 없다. 현란한 의상, 무대로 관객을 현혹하지도 않는다.

뮤지컬 ‘뉴시즈(Newsies)’는 국내 뮤지컬 시장의 흥행 공식을 배반하는 작품이다. 주연 배우 19명. 여기에 ‘스윙(주요 배역이 빠졌을 경우 투입되는 배우)’ 2명까지, ‘뉴스 보이’를 연기하는 21명의 연기자들이 어느 하나 홀로 튀지 않고 오로지 온 몸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땀냄새’가 물씬 난다.

‘뉴시즈’는 어느새 인기 연예인들의 인생 2막 무대가 돼 버린, 스타 시스템에 기대어 매너리즘에 빠진 국내 뮤지컬 시장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작품이다. 그런 면에서 오디컴퍼니 신춘수 프로듀서의 ‘정공법’은 탁월했다. 


뉴시즈 제작발표회 당시 배우들의 시연 모습. [사진제공=오디컴퍼니]
뉴시즈 제작발표회 당시 배우들의 시연 모습. [사진제공=오디컴퍼니]

뮤지컬 ‘뉴시즈’가 아시아 초연 무대를 열었다. 지난 14일 프리뷰 개막을 시작으로 오는 7월 3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석달 가까이 공연될 예정이다.

19세기 말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10대 신문팔이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1992년 디즈니가 제작한 동명의 영화를 무대화 한 작품이다. 2011년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으로 초연됐고, 이번 한국 공연이 아시아 초연이다.

아카데미상 8번을 수상한 디즈니의 전설적인 작곡가 알란 맨켄과 작사가 잭 펠드먼이 음악을 만들었고, 토니상 4번을 수상한 하비 피어스틴이 대본을 작업했다. 한국 공연은 데이비드 스완이 연출과 안무를 맡고, 원미솔 음악감독, 이우형 조명디자이너,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등 한국 크리에이티브팀이 ‘논레플리카(Non-replica)’ 뮤지컬로 선보였다.

작품은 1899년 실제 일어났던 뉴스보이 파업을 배경으로 했다. 조지프 퓰리처의 ‘더월드’와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더저널’이 신문 값을 인상하자 뉴욕의 신문팔이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을 단행한다.

내용 전개는 짜임새가 단단하다. 노래 몇 곡으로 퉁치지 않는다. 조직적으로 파업을 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지만 이를 극복하고 결국 사측과 타협을 이뤄내는 과정을 밀도있게 그렸다. 이 때문에 연극적인 요소들이 두드러진다.

넘버들은 매우 영리하다. 노래 그 자체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보다 상황과 캐릭터에 충실해 몰입도를 높인다. 알란 맨켄 특유의 ‘디즈니스러운’ 노래들이다. 특히 더월드의 열혈 기자이자, 퓰리처의 딸로 등장하는 캐서리 플러머가 뉴스보이들의 파업을 기사화하며 타자기 앞에서 부르는 ‘Watch What Happens’가 재미있다. ‘끝말잇기’를 하는 듯 대사와 노래가 빠르게 전환되는 곡으로, 한국어 번안도 매끄럽다.

그러나 뮤지컬 ‘뉴시즈’의 최고 매력은 역시 배우들의 연기다. 주인공 잭 켈리를 중심으로 19명의 뉴스보이들이 노래와 함께 보여주는 군무가 ‘사이다’처럼 가슴을 뻥 뚫어준다. 두바퀴, 세바퀴 넘는 멀티 턴(Turn)은 기본이고, 손을 짚지 않고 텀블링(Tumbling)을 하는가 하면 립점프(Leap jump) 같은, 발레, 재즈댄스, 아크로바틱의 향연이 커튼콜까지 이어진다. 2막을 여는 단체 탭댄스 장면도 압권이다. 한국 공연의 안무는 2012년 토니상 안무상을 받았던 브로드웨이 공연과는 다른 버전이지만, 오리지널 못지 않은 수준의 ‘안무 백과사전’을 완성했다.

잭 캘리 역에 캐스팅 된 온주완은 뮤지컬 첫 작품인 ‘뉴시즈’를 통해 ‘제2 조승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과거 SM엔터테인먼트의 ‘춤선생’으로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를 가르치기도 했던 온주완은 서 있는 자세, 손의 제스처 하나까지 춤 동작처럼 섬세하다. 노래 실력은 물론, 춤 실력까지 갖춘 온주완은 뮤지컬 시장에서 자신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유감없이 과시했다.

이 작품에서 굳이 단점을 꼽는다면 무대다. 뉴욕 뒷골목을 연상케 하는, 계단으로 이어진 3층짜리 철제 구조물이 메인 오브제인데, 배우들이 3층 높이에서 연기를 하거나, 이 계단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할 때마다 조금씩 흔들려 불안감을 준다. 완벽한 무대 장치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거슬리는 요소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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