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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너스 금리시대, 내 돈은 안전할까?
유럽·일본 이어 대만도 합류…亞로 확대
은행, 예금자에 부담 전가땐 뱅크런 우려
마이너스 금리 작동원리·사례 등 쉽게 안내



2016년 1월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선언했다.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화폐를 마구 찍어대도 약발이 먹히지 않자 유럽에 이어 일본이 본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것이다. 최근 대만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면서 마이너스 금리는 아시아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양적완화 얘기가 나오고 있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얘기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만 적용하고 있지만 예금에 적용하는 날도 상상가능하다. 평생 이자라는 게 당연히 플러스일 것으로 여겨온 상식에서 보면 마이너스 금리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게 사실이다.

금융전문가 문홍철, 임승규씨가 쓴 ‘마이너스 금리시대’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기까지 지난 20년간 글로벌 경제흐름과 눈 앞에 닥칠 우리의 현실을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보여준다.

마이너스 금리의 등장 배경에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학습효과가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 조기에 공격적인 부양책을 제공하지 못하거나 부양책을 너무 일찍 회수하면 ‘일본불황’ 꼴이 된다는 걸 배운 각국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당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합심해 공격적인 금리 인하와 대규모 재정 부양책에 이어 양적완화까지 사용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저자들은 현 국제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주요 흐름, 즉 미국의 금리인상과 유럽ㆍ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의 미묘한 시소게임을 꼼꼼하게 짚어준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연동돼 있다.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풀어놓은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이후 주요국들이 각자도생식으로 대응에 나선 결과라는 점이다. 문제는 미국의 통화정책이 EU, 일본과 점점 괴리를 보이면서 달러 가치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미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경제에 제로 금리와 마이너스 금리를 불러온 경제 동력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보는 정책은 기존의 질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불편하고 더욱 비전통적이고 때론 둘 다일 수도 있다.”‘(마이너스 금리시대’에서)

한편으론 불안정한 중국증시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형 이벤트가 대기중이어서 1년내 다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저자들은 서로 다른 목적으로 도입한 유럽 각국의 마이너스 금리 적용 예들을 하나하나 소개해 놓았다. 유로존에 속하지 않는 스웨덴, 스위스, 덴마크의 경우,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대규모 부채가 원인. 유로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자금을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으로 옮기면서 이들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올라가자 중앙은행이 당좌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것이다. 즉 스웨덴, 스위스, 덴마크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통화가치의 일방적인 강세를 저지하는 것이었다.

이들 나라들의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들이 부담이 크지 않은 수준에서 피해를 떠안고 있는 방식이지만 예금자와 대출자에게 조금씩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확대될 경우 문제는 커진다. 은행이 피해를 부담하게 되면 은행의 건전성에 타격이 예상된다. 대출자가 부담한다면 대출금리가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아 상대적인 긴축 효과가 나타나고, 예금자가 부담할 경우엔 예금 인출사태가 벌어지고 금융시장 긴축을 가져오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은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을까?

저자는 흔히 ‘한국경제의 뇌관’이라 불리는 가계부채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부정적이다. 한국의 가계 부채비율은 선진국을 포함해 전체 41개국가 중 8번째로 스위스, 호주, 덴마크 등이 우리보다 앞에 자리한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 자체가 금리 인하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란 얘기다.

저자들이 2015년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에서 마이너스 금리의 그림자를 발견한 것은 흥미롭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2%대 중반의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이 상품은 은행에겐 부담을 떠 안는 일이었지만 가계부채부담을줄여 소비를 늘림으로써 불황의 고리를 느슨하게 만드는 효과 측면에서 마이너스 금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책은 마이너스 금리시대,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가 올지도 짚었다.

마이너스 금리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저축이 많은 사람, 즉 노인이라는 사실이 충격이다. 2000년대 초 일본의 보험사들이 망하면서 계약자들의 연금이 허공으로 사라졌던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책은 저성장시대 각국의 금융정책의 현실과 그 연장선상에서 탄생한 생소한 마이너스 금리의 개념과 작동원리, 실제 적용 예, 영향 등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안내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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